[기자의 눈]이수형/정권과 검찰의 「유착」

  • 입력 1998년 9월 15일 19시 46분


케네스 스타 검사가 클린턴대통령의 성추문 보고서를 공개해 대통령을 탄핵위기로 몰아넣은 것을 놓고 검찰과 정권의 ‘미국식 충돌’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다. 권력과 검찰이 긴장하고 충돌하기는 커녕 해묵은 ‘유착’을 다시 연출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수사 초기부터 ‘사정수사는 이제부터다’‘물증이 확보됐다’‘수사에 성역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더니 14일에는 난데없이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에 대한 불구속기소 방침을 흘려 검찰을 맥풀리게 했다.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끌어모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의 주범을 ‘불구속’하겠다고 한 것이다.

검찰을 엄정중립의 사정 중추기관으로 생각한다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을 ‘시녀’로 보거나 아니면 무조건 ‘같은 편’이라는 인식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검찰에도 문제는 없지 않았다. 공공연히 ‘건국후 한번도 이루지 못한 정치개혁을 이번에는 기필코 이루겠다’고 말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의 결실로 자연스럽게 정치권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야 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사가 처음부터 정치권 개혁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본말이 뒤바뀐 것이며 ‘검찰 파쇼’라는 반발도 나올수 있는 것이다. 검찰이 정치권 개혁을 구실로 여권이 의도한 정계개편의 총대를 멨다는 의심을 산다면 그것도 불행한 일이다.

사정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또 검찰이 무비판적으로 이를 따라가거나 앞장서려 한다면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것인가. 권력과 검찰의 바람직한 관계는 서로 견제하면서 긴장과 충돌을 보여주는 ‘창조적 긴장관계’가 아닐까.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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