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정/대공황은 오는가?

입력 1998-09-07 19:13수정 2009-09-25 02:3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계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작년 7월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촉발된 외환 금융위기가 동남아시아 한국 일본을 거쳐 러시아를 휩쓴 뒤 중남미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경제에서도 이상징후가 감지된다. 최근 뉴욕증시의 널뛰기 장세도 심상치 않거니와 실물경제 곳곳에서 불황의 조짐이 느껴진다. 미국경제는 인플레 없는 장기호황기조가 정착됐다고 호언하던 자유시장론자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마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세계공황에 이르는 시나리오를 일축하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스스로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비관론이란 주장을 내세웠던 타트마이어 독일 연방은행총재도 침묵을 지킨다.

지난주 초 세번째 블랙 먼데이의 악몽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미국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미국 독일 일본 세나라가 동시에 금리를 인하해 디플레이션을 막자고 긴급제안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금리인하 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뒤늦게나마 미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듯하다. 그것은 지금의 위기가 개방과 효율 그리고 ‘미국의 표준’이 곧 ‘세계의 표준’이어야 한다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글로벌화가 세계화된 위기가 되어 미국을 엄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금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제로다. 투자자의 심리도 공황에 가깝다. 이미 국가경제가 거덜나버린 러시아는 내년부터 사실상 통제경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경제독재정책’의 실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역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하는 가혹한 경제개혁프로그램에 반기를 들었다.

전세계가 숨을 죽이고 미국 경제동향과 서방선진국의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선진국들은 1929년 세계대공황 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극도의 자국이기주의가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세계적 고통을 극대화하지 않았던가. 서방선진국들은 세계경제를 위해서라는 허위의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때다.

오늘의 세계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체질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세계적 경제위기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대자본주의의 세계화과정에서의 결함과 국제투기자본의 교란때문이다.

지금의 금융불안과 디플레이션 상황이 대공황으로 번져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서방선진 7개국(G7)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미국과 독일은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일본은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과 조세감면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시아 중남미 등 이머징 마켓의 단기외채를 장기채권으로 전환해주고 부채탕감 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기구들은 국제투기자본을 규제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