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보스턴컨설팅 스턴회장/한국 우량기업 탄생해야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한국은 빅딜이 성사만 되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서두르고 있는데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사 여부가 아니라 빅딜 이후에 과연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이 탄생하느냐는 것입니다.”

13일 내한한 보스턴컨설팅의 칼 스턴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등 장기적 전략이 우선되지 않는 빅딜은 무의미하다”고 못박았다.

스턴회장은 그러나 “현재 한국의 특수한 경제 상황에서는 빅딜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빅딜을 기업들끼리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빅딜의 정부 역할에 대해 “빅딜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논리로 이뤄져야 하므로 정부는 빅딜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복투자 해소를 위해서는 빅딜만이 해법은 아니라면서 “기업별로 부실 사업을 대폭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국 재벌들은 사업을 정리하면 마치 위상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볼 때 우량 기업일수록 사업 매각이나 인수 합병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스턴회장은 외국자본 유치와 관련, “회사의 외양이 크다고 자본 유치에 유리할 것으로 믿으면 안된다”며 “서구 투자가들은 회사의 겉모습보다는 사업의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따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보와 기아사태 해결이 오랫동안 시간을 끄는 바람에 한국 경제의 신뢰를 많이 실추시켰다”며 “구조조정 이후에도 한국의 재벌들이 지금처럼 많은 사업을 그대로 안고 있으면 투자가들은 실망하고 등을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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