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옛 물건 애착」로마사람들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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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서 4년반 동안 머물 때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은 60년 된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곳이었지만 로마 사람들은 새 아파트 취급을 했다. 지은 지 1백년도 안 된 것이 무슨 오래된 아파트냐는 것이다. 1천년도 넘어 납량특집에나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하고 고풍스러운 집들이 많은 로마이기 때문인가 보다.

수천년의 역사가 어려있는 유적의 도시 로마. 그곳 사람들은 오래된 것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아파트 아랫층에 사는 할머니는 결혼할 때 가지고 왔다는 칠 벗겨진 그릇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내다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성싶게 낡은 그릇인데도 무척 아끼는 눈치였다. 할머니는 스파게티 뽑는 기계를 30년 넘게 쓰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 아파트 장식장은 17,18세기에 쓰던 골동품이었다. 망가지면 돈을 물어내야할 것 같아 창고에 옮긴 우리와는 달리 남들은 낡아빠진 구식 장식장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한번은 세탁기의 문짝과 타이머가 고장나 수리공을 불렀더니 새 것처럼 고쳐놓고 갔다. 10여년 지난 모델인데도 부속품을 다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작년 여름 귀국했을 땐 거리의 크고 좋은 새 차들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로마에서는 10년, 20년 된 차들이 거리를 당당하게 누빈다. 70년대에 만들어진 작은 번호판이 80년대식 통합유럽식 번호판들과 섞여서 잘도 다닌다. ‘멀쩡하게 굴러가는 차 놔두고 뭣하러 새 차를 사느냐’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음식점이나 가게도 할아버지로부터 대물림해오는 곳이 흔하다. 우리 동네에는 ‘마리아와 그 자녀들’이란 이름의 야채가게가 있었다. 나이든 부부가 결혼한 아들딸과 함께 몇 십년 동안 손님을 맞아온 곳이었다.

신은애(주부·경기 과천시 중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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