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의 사회학]이강원/흉터없이 턱-광대뼈 깎는 수술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12분


성형외과를 찾는 여성들의 영원한 화두는 ‘어떻게 하면 서양미인이 될 수 있을까’다. 큼직한 눈, 오똑한 코, 윤곽이 확실한 입술….

최근들어 여성들은 ‘서양미인’의 꿈을 ‘깎음’을 통해 이루고 있다. 안면윤곽술이다. 턱뼈 광대뼈를 깎아내거나 뺨의 지방을 제거, 갸름하게 보이게 하는 이 수술은 입안을 째 시술하기 때문에 외부 흉터가 남지 않는다. 눈 코 입을 건드리지 않고도 이목구비가 상대적으로 뚜렷해 보인다.성형의 ‘원 샷’ 시대라고나 할까.

안면윤곽술의 유행은 아마도 ‘완전범죄’를 노리는 여성의 성형심리가 반영된 듯하다.성형을 원하는 여성들은 ‘예뻐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남이 알아챌 수 없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저 여자 코를 너무 세워 입으로 바람이 샌다” “쌍꺼풀이 두꺼워 표가 난다” 등 성형수술의 인공성에서 비롯되는 ‘품평’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결혼 뒤 ‘아내의 코에 뭔가 들어있는 것같다’는 의심을 살 일도 없고―.

미인관의 변화도 유행을 거든다. 미인도 이젠 만든 듯한 이목구비보다는 자연스런 균형미로 가늠되는 경향이 생긴 것. 사회가 개방될수록 동정을 지키는 남성의 희소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팔자를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관도 한몫. ‘얼굴판’과 턱이 넓을수록 팔자가 세다는 믿음이 퍼져 어떤 면에선 운명을 개척하려는 처절함까지 배어 있는 것. 그것이 안면윤곽술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로선 대노할 성형수술이지만 얼마나 철학적인가. (턱뼈를)‘버림’으로 (미모를)‘얻을’ 수 있으니. 02―775―6711

이강원(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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