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大家들의 오판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30분


경제와 증권 분석의 대가(大家)는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주가 움직임을 정확히 분석했을까.

1929년 미국 대공황 전에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힌 어빙 피셔 교수의 경우를 보자. 피셔 교수는 주가 대폭락이 발생하기 14일 전인 10월15일 “주가가 수개월 이내 현재보다 상당히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주가는 피셔 교수의 발언이 있은 후 더 빠르게 하락했다. 급기야 10월29일 주가는 대폭락했다. 주가 대폭락과 이후 4년간에 걸친 금세기 최악의 공황으로 피셔 교수는 최고 경제학자로서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본 동료 교수들의 등살에 못이겨 근무하던 예일대를 떠났다.

다른 예도 있다. 83년 당대 최고의 증권분석가였던 그린빌이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을 예견했다. 세계의 많은 주식시장 관계자들이 그린빌의 예견을 믿고 주식을 매도했다. 주가는 1년여의 조정기간을 거친 후 크게 상승해 그린빌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쓸쓸하게 퇴장했다.

당대 최고로 꼽히는 대가들이 이럴 정도니 일반 증시전문가들의 오류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와 마찬가지로 주가 분석도 집단최면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선도적인 분석가가 어떤 의견을 내면 상당 수의 분석가들은 외롭게 반대의견을 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비슷하게 예측하기’가 번질수록 오류는 커지게 된다. 이러다보니 주가는 종종 분석가들의 의견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모든 분석가의 말이 일치하면 주가는 거꾸로 간다’는 증시격언을 되새겨 볼만하다.

현재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의 확실한 자기 의견과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종우<대우증권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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