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정주영과 통일대교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임진강 ‘자유의 다리’는 지난 53년 휴전 직후 남북포로교환을 위해 급히 만든 길이 83m, 폭 약 3.5m의 나무다리다. 6·25 전쟁포로 1만2천7백여명이 이 다리를 건너 남으로 귀환했다. 판문점에는 사천강에 놓인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72시간 다리’가 있다. 둘다 개성으로 들어가는 길이지만 72시간 다리는 북측지역에 있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남북한 군사분계선에 걸쳐 있다.

▼자유의 다리 옆에 6개 차로(車路) 길이 5백m의 통일대교가 오늘 개통된다. 자유의 다리는 민족분단을 상징하는 비극의 다리로 조용히 역사속에 물러앉고 통일대교가 민족의 염원을 풀고 남북한을 시원히 연결해줄 가교 역할을 맡게 됐다. 76년 북한경비병의 ‘도끼만행사건’으로 유명한 돌아오지 않는 다리나 북한측이 사흘만에 급조해 이름붙여진 72시간 다리도 언젠가는 자유의 다리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소떼 5백마리를 차에 싣고 이북의 고향을 찾아가는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은 통일대교를 건너 북한으로 가는 첫 인사가 된다. 정회장은 판문점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대신 북측의 72시간 다리를 건너 북으로 향할 예정이다. 소 5백마리를 싣고 갈 트럭은 5t과 8t으로 모두 50대. 그 긴 행렬이 통일대교를 건너 북으로 가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가슴 설레는 장관일 것이다.

▼물론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고향 통천을 찾아가는 정회장은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는 고향과 아버지 그리고 소에 대한 각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회장은 또 ‘전공’이 건설분야다. 북으로 올라가면서 확 뚫린 남북한 통로를 누구보다 절실히 구상하지는 않을까.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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