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3김시대」 『2金은 들러리』…조기종영 불러

입력 1998-05-15 19:55수정 2009-09-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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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얻었던 정치드라마의 퇴색인가, 아니면 ‘김비어천가(金飛御天歌)’의 실패인가.

17일 SBS의 ‘3김시대’가 2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현대정치사의 주역 3김씨를 조명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87년 6·29선언이후 김대중(DJ)과 김영삼(YS)의 후보단일화 실패 그리고 1노3김의 대권 레이스를 다룬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24부의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24부를 제작하려던 계획은 평균 10% 안팎의 낮은 시청률로 포기했다.

지금까지 정치드라마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외압은 없었다. 그런데 왜 실패했을까.

이 드라마는 YS도 김종필(JP)도 잘 보이지 않았고 수많은 조역들을 거느린‘1김’ DJ만의 독주였다.‘3김시대’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교통사고와 납치사건, 사형선고 등 드라마를 구성하는 시간과 가치평가에서 DJ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곧 식상함을 불러일으켰다. 정권교체로 드라마 외적인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1김시대〓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시청률을 올리기에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너무나 높아져 있었다.

연출자 고석만PD는 “정확한 계량화가 어렵지만 현대정치사에서 DJ의 비중이 가장 큰 것 아니냐”며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드라마에서도 70% 가까운 내용이 DJ에게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만일 DJ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더라도 드라마는 이같이 전개됐을 것인가.

정치드라마는 다큐멘터리 또는 드라마적 요소로만 살아갈 수 없다.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극적인 갈등과 균형이 필요하다. KBS1 ‘용의 눈물’이 이방원―정도전, 이방원―양녕대군 등으로 이어지는 고밀도의 갈등구조, 새로운 역사해석으로 시청률을 높인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또 드라마의 사건전개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드라마는 60년대부터 시간순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편년체적 방식을 취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기업이 무너지고 실직자가 양산되는 이 시대에 20, 30년전 40대 기수론과 3선개헌 운운이 과연 관심을 끌수 있었을까.

고PD의 당초 기획대로 IMF사태, 한보비리, 김현철사건, 92년의 대선, 3당합당 등 역사를 거슬러가는 역편년체적 구성이었다면 시청자의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이제 더이상 정치드라마의 실패를 드라마밖 외풍으로 핑계댈 수 없다.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품의 완성도만이 정치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3김시대’는 일깨워준 셈이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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