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17]덕고초등학교의 「자립심 기르기」

  •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50분


“내일은 즐거운 봄소풍을 가는 날입니다. 소풍가서 할 놀이계획을 짜기 위해 오후3시에 특별교실에서 전교생 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덕고초등학교는 매일 오전8시 학생들의 자율방송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방송반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매일 돌아가며 방송을 맡는다. 방송원고도 스스로 쓰는 것은 물론이다.

전날 동네에서 재미있었던 일, 지역 농구팀인 원주 나래블루버드의 경기소식, 오늘의 날씨 등 모든 것이 방송의 소재다.

3학년 송민희양은 “오늘 방송에 무슨 내용이 나올까 궁금하고 어떤 언니가 어떻게 방송하는지 배우기 위해 일찍 등교한다”고 말할 정도.

이 학교의 모든 시설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시설관리도 학생 스스로 한다. 학생들을 위해 개방해놓은 모든 교육기자재는 학생들이 스스로 담당자를 정해 정리하고 손질한다. 말 그대로 학생이 주인인 학교인 셈이다.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실습장은 학생들이 각각 한 평씩을 맡아 텃밭을 가꾼다. 주인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는 텃밭에는 고추 피망 감자 콩 깨 등 학생들이 직접 심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씨를 뿌리는 일부터 김매고 약치고 수확하는 것까지 모든 일은 학생 스스로 한다.

강장원(姜張遠·51)교감은 “가을이 되면 각자 수확한 열매를 내놓고 품평회를 갖는다”면서 “스스로 땀을 흘리며 텃밭을 가꿔 수확함으로써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교실 밖에서만 학생이 주인인 것은 아니다. 책걸상과 교육기자재가 아이들 위주로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실 벽은 온통 아이들의 ‘개인 자랑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6학년 권오순군의 개인자랑판에는 ‘생일:86년 8월3일, 꿈:축구선수, 별명:돼지, 존경하는 인물:권율장군…’ 등 자신의 신상명세가 커다랗게 적혀 있고 유치원 졸업사진이 함께 걸려 있다.

개인자랑판에는 가훈과 함께 가족사진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걸려 있기도 하고 멋지게 그린 자화상이나 자작시도 붙어 있다.

<횡성=윤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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