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환경외교 강화해야

  • 입력 1998년 5월 8일 19시 17분


올해는 황사(黃砂)현상이 유난히 잦고 기간도 길었다. 황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체에 해롭고 전자제품의 불량률을 높이는 등의 해를 준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대 상공을 지나면서 납 카드뮴 등 중금속물질과 황산화물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들을 싣고 한반도로 날아든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내리는 산성비에도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섞여 있다. 황사와 산성비는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삼림을 황폐화하는 등 심각한 환경파괴를 불러온다. 이로 인해 우리가 보는 피해가 연간 1조원이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황해의 수질오염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황하(黃河) 양쯔(揚子)강 등을 끼고 있는 도시들이 마구 쏟아내는 공장폐수와 화학비료 등으로 황해가 오염돼 우리의 어획고가 격감되고 수산양식업이 해를 입고 있다. 이 오염된 황해물이 대한해협 해류를 타고 동해로까지 이동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처럼 하늘과 바다를 통한 중국 공해물질의 장거리이동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도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3년 한중(韓中) 환경협력협정을 체결한 후 중국과 황사 산성비문제와 황해오염문제연구 등 16개 협력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93년부터는 한국 중국 북한 러시아 일본 몽골 등 6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환경협력 고위급회의(NEASPEC)를 통해 황사 산성비 등에 대한 지역공동대처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측은 황사가 대기오염물질과 결합함으로써 한국에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우리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오히려 “황사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산업공해물질들과 결합, 산성물질을 중화시킴으로써 산성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중국측의 책임회피적인 자세로 한중간 환경협력은 초보적인 연구조사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이 문제를 국가간 환경분쟁으로 끌고가기도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길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중국의 환경투자에 필요한 경비를 일부분 우리가 부담한다는 각오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황사와 산성비, 황해오염에 대한 중국측의 책임을 명백히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같은 피해자 입장인 일본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는 등 보다 적극적인 환경외교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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