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⑬/과천 튼튼어린이집]모래마당-텃밭이 교실

  • 입력 1998년 4월 13일 08시 26분


오늘은 쑥 뜯으러 가는 날. 오전 10시가 되자 텃밭에서 공을 차던 아이도, 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도 바구니를 손에 들고 앞마당에 모였다.

대문만 나서면 그곳이 바로 산이고 들이다. 양지 바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20여명의 아이들이 뽑은 것은 반은 쑥이고 반은 잡초다.

“선생님, 이거 쑥 맞아요?” “저는 쑥이랑 냉이랑 같이 뜯어 갈래요.” “선생님, 이 꽃 예쁘죠. 이름이 뭐예요?”

교사들은 쉴새없이 온갖 것을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일일이 대답해준다.

“그건 민들레야.그런데 선생님은 꽃을 꺾어가는 것보다 피어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더 예쁠 것 같은데…. 꺾으면 금방 시들거든.” 같은 시각 어린이집. 나들이를 가지 않은 열 대여섯명의 아이들은 그림그리기 공차기 그네타기 등으로 마냥 신이 났다. 튼튼어린이집에는 7명의 교사가 있지만 어느 누구도 ‘쑥 나들이’를 안갔다고 나무라지 않는다.

튼튼어린이집은 여느 어린이집과는 교육방식 주변환경 등이 사뭇 다르다.

경기 과천시 과천동 야산 아랫자락 탁 트인 공간에 자리잡아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튼튼어린이집.

대지 7백80평에 건평 1백평. 39명의 아이들이 지내기에는 꽤 넓은 편이다.

소나무 산수유나무 감나무 등이 둘러선 마당에는 미끄럼틀과 씨름을 할 수 있는 모래마당이 마련돼 있다. 게다가 축구 농구용 골대도 세워져 있다.

텃밭에서는 철마다 배추 오이 고추 무 토마토 딸기 등을 튼튼어린이집 가족인 아이들 교사 부모들이 함께 가꾼다. 씨뿌리고 밭갈고 수확까지 함께 한다.

‘세상의 모든 강요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과 이웃을 향해 가슴을 여는 튼튼한 어린이.’ 튼튼어린이집이 추구하는 교육목표다.

매일 오전 선생님과 함께 나들이를 하지만 내키지 않으면 안가도 괜찮다.

한 달에 한 번은 ‘큰나들이’를 떠난다. 근처 서울대공원도 가고 대학로에서 인형극이나 어린이연극을 보기도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갈 때도 있다.

조기교육은 튼튼어린이집 아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표로 정해진 수업시간도 없다. 일률적으로 책걸상 앞에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호기심에서 이것저것 물어오면 무엇이든 마다않고 가르쳐줄 뿐이다.

튼튼어린이집은 아이들의 머리속에 영어단어를 새겨주는 대신 자연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심어준다. 딱딱한 마루바닥 대신 먼지나는 흙마당과 산자락이 하루를 보내는 삶터가 된 것도 이런 이치 때문이다.

공기 좋고 나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잔병치레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몸만 건강한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다.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쌓고 다양성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구김살없이 잘도 자란다.

튼튼어린이집 아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지낸다. 나이에 따라 ‘까꿍방’ ‘도글방’ ‘도란방’ ‘소근방’ ‘당실방’ ‘끼리방’을 만들어 놓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편의상 있는 것일 뿐. 실제로는 세살배기 현우나 일곱살배기 아람이나 모두 함께 어울린다.

누가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말이다.

그래서 튼튼어린이집에는 외톨이도 없고 꽁하게 마음을 닫고 지내는 아이도 없다. 나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는 생겨날 수도 없다.

부모와 교사들이 믿는 만큼 듬직하게 자라나는 아이들,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가장 순리적인 아이들, 옷은 흙투성이로 더러워져도 마음은 자연을 닮아 가장 깨끗한 아이들, 바로 튼튼어린이집 아이들이다. 튼튼어린이집은 02―507―5862

〈과천〓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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