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마르틴-슈만 共著 「세계화의 덫」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40분


‘세계화의 덫’은 잘못된 세계화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실업문제. 세계화가 돈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드는데만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거대 규모의 돈은 세계 어느 곳이든 값싸고 효율적인 노동과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은 인간의 자기실현과 가족의 생계 수단이란 사회적 의미를 상실하고 오직 생산요소의 기능만 갖게 된다.

생산요소로서의 노동은 자동화와 자본투자의 확대 등 다른 생산요소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어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독일 출신의 두 저자는 유럽의 고용불안과 실업의 확대는 잘못된 세계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산층의 붕괴와 상식의 파괴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한다.

각 나라 그리고 지구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환경, 교육과 복지 등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중산층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

중산층 붕괴는 ‘20대 80의 사회’로 나아가는 냉전 이후의 사회변동과 관련이 깊다.

즉 현재 수준의 세계적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데는 세계 인구 중 상위 20%가 갖고 있는 돈과 전문성만 동원해도 충분하다. 따라서 세계화의 과정은 20%의 집중된 힘과 나머지 80%의 구도로 변할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환투기의 위험도 지적하고 있다.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환상적인’ 외환시장은 자칫 전자장비로 무장된 직업적 금융투기꾼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분에 1억달러를 벌고 한번의 머니게임으로 10억달러를 벌 수 있는 곳이 세계금융시장의 현실이다.

요약하자면 결론은 세상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인간에 대한 존경심, 가치와 의미에 대한 평가는 사라지고 대신 재미만 생각하는 디즈니 문화와 텔레비전의 잡음 문화가 세상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21세기형 시장경제의 모델은 노동가치와 생활문화, 민주주의적 참여, 생태적 가치, 정치의 역할이 존중되는 민주주의적 시장경제다. 그 연장선 상에서 ‘인간 상식의 유대’를 전제로 하는 ‘삶의 질의 세계화’를 이야기한다.

김광식(21세기 한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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