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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5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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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하신 임금님, 옛날 옛적에 페르시아의 어느 도성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형은 카심이라 불리었고 동생은 알리바바라 불렸습니다.”
샤라자드는 샤리야르 왕에게 이렇게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녀가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들어보시라.
카심과 알리바바의 아버지는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이었지만 태생이 서민인지라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 아버지가 죽자 두 형제에게 남겨진 재산은 보잘 것없는 것이었다. 두 형제는 그것을 공평하게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이 나누어 가진 유산이라는 것이 워낙 형편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 형제는 곧 그것을 탕진하고 말았다. 그들은 먹을 것조차 없게 되었고, 그리하여 두 형제는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빈틈없고 교활한 형 카심은 벌이가 될 만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중매쟁이 여자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 여자는 이 가난한 젊은이가 가진 모사꾼으로서의 능력과 솟구쳐오르는 수탉과 같은 원기와 잠자리에서의 정력을 두루 시험해본 끝에, 카심을 한 젊은 여자와 결혼시켜주었다. 그 젊은 여자는 좋은 집과 먹을 것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튼튼한 체격도 갖추고 있었다. 그 결혼은 카심에게 부부 생활의 즐거움과 함께 목이 좋은 시장 한복판에 멋진 가게 하나까지 얻게 해주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태어나면서부터 이마에 씌어져 있었던 그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한편, 동생 알리바바로 말할 것 같으면, 형 카심에 비하여 야심이 없고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별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인부가 되어 빈곤과 노동으로 나날을 보냈다. 그렇지만 워낙 근면하고 검소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는 얼마간의 돈도 모을 수 있었다. 돈이 모이면 그는 그것으로 당나귀 한마리씩을 사곤 했는데, 그렇게 사들인 당나귀가 어느새 세 마리나 되었다. 그는 세 마리의 당나귀를 끌고 매일같이 숲으로 가 나뭇단을 실어 운반하곤 했다.
세 마리의 당나귀를 갖게 되자 알리바바는 같은 나무꾼들 사이에 신용을 얻게 되었다. 그중 한 사람은 자기 딸을 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성실하고 근면한 알리바바의 사람됨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법관과 증인 앞에서 알리바바의 당나귀 세 마리는 결혼지참금으로 계약서에 기입되었다. 그러나 처녀쪽은 워낙 가난한 집 딸이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가져오지 못했다.
결혼 후에도 알리바바는 나무를 판 수입으로 검소하고 정직하게 살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하는 조용하고 단순한 일상의 행복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았다. 열 달이 지나자 그의 아내는 달 같은 아이를 낳아주었다. 알리바바는 그런 아내가 무척 고맙고 대견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를 하러 깊은 산속에까지 혼자 들어갔던 알리바바는 숲 속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 그 소리는 아주 먼데서 들려오는 희미한 함성 같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점차 빨리 다가오면서 보다 뚜렷한 소리로 변해갔다. 그것은 많은 수의 말들이 한꺼번에 달려오고 있는 말발굽 소리였는데, 그것이 그의 운명의 소리가 될 줄이야!
<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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