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71)

  • 입력 1998년 3월 18일 18시 4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39〉

그러나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오빠는 저를 향하여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습니다.

“안돼! 안돼! 가까이 오면 안돼!”

오빠가 이렇게 소리쳤지만 저는 오빠에게로 달려가 오빠의 목에 매달렸습니다. 그러자 오빠는 저를 밀어내려고 애쓰며 말했습니다.

“오, 얘야! 제발 내 말을 들어다오. 아무리 기쁨이 크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선 내 말을 좀 들어다오.”

그러나 저는 오빠의 사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말했습니다.

“오빠! 그런데 왜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야? 날 애태우려고 그러는 거지?”

그러자 오빠는 더욱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얘야! 모든 걸 다 말해줄 테니 우선 저 장의자에 가서 좀 앉으렴.”

오빠가 이렇게 애원했을 때에야 저는 오빠에게서 떨어져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오빠는 저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멀찌감치 떨어진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오, 내 사랑! 정말이지 너는 그 사이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구나. 나는 마지막으로 네 모습을 한번만 보고 싶어했는데 마침내 그 뜻을 이루었구나.”

오빠가 이렇게 말했지만 저는 오빠 곁으로 다가가 오빠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오빠는 다시 말했습니다.

“얘야, 나는 너한테 긴히 할 부탁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해줄 수 있겠니?”

오빠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앞뒤를 생각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약속하고 말고. 오빠의 부탁을 내가 왜 들어주지 않겠어? 부탁이 무엇인지나 말해봐.”

제가 이렇게 말했을 때에야 오빠는 말했습니다.

“고맙다. 내가 할 부탁은 우선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그 장의자에서 일어나서도 안되고, 나에게로 다가와서도 안되고, 내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은 천을 걷어내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약속할 수 있겠니?”

오빠가 이렇게 말하자 저는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습니다.

“오 년 만에 만나서 한다는 부탁이 그런 것이야? 무슨 그런 부탁이 다 있어?”

그러나 오빠는 더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다그쳐 말했습니다.

“약속할 수 있겠니?”

이렇게 다그치는 오빠의 목소리가 너무나 진지했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제서야 오빠는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오, 얘야! 너를 다시 만나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구나. 그러나 너를 만나기가 바쁘게 나는 또 너와 헤어져야 한단다. 이 모든 것이 알라의 뜻이라는 걸 알고 너무 슬퍼하지 말기 바란다.”

“또 헤어져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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