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변호사가 판사월급 주나요』

  • 입력 1998년 2월 22일 20시 16분


보험회사 대리점 차장인 시민 지인구(池鱗求·43)씨는 21일 오전 출근도 마다하고 서초동 서울지검 민원실을 찾았다. 변호사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수백만원을 온라인 통장으로 송금받았다는 의정부지원 ‘판사님’들과 관련, ‘변호사님’들을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아빠, 판사들은 변호사들에게서도 월급을 받아요?” 중학교 1학년짜리 딸아이의 철없는 질문 때문에 고민해온 지씨는 대법원이 판사 9명을 징계하면서 “신분이 보장된 법관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할 수는 없다”며 버티자 끝내 고발장을 쓰게 됐다. 검찰 직원들은 지씨가 고발장을 내밀자 “사안이 민감해 검사님의 허락이 있어야 사건을 접수할 수 있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검사가 나타나기까지 직원들과 지씨의 ‘논쟁’이 시작됐다. “대법원이 판사들을 징계하고 시민단체들도 고발을 한다는데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는 거요?” “전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번 기회에 비리로 얼룩진 사법부가 개혁될 수 있습니다.” “그걸 꼭 뇌물이라고 할 수 있나요? 변호사들은 돈 잘 버니까 좀 준거지.” 흥분한 지씨는 “일반 공무원들은 몇십만원만 받아도 구속됩니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를 안하면 검사들도 판사들과 한패가 되는 겁니다”라며 소리를 높였다. 직원은 머쓱해진 모습으로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하기야 판사나 변호사나 검사나 같은 법대에 같은 사법시험 출신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무렵 도착한 검사에게 고발장을 접수한 지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검찰청을 나섰다. “앞으로 똑같은 고발장이 얼마나 많이 들어올지 걱정입니다.” 검찰 직원의 한숨이 민원실에 길게 이어졌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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