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서울대 교수까지…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서울대 치대 교수 신규임용 과정에서 수천만원씩의 돈이 오간 사건은 대학사회의 부패구조가 갈 데까지 가고 말았다는 느낌을 준다. 교수임용을 둘러싼 돈거래가 문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사립대에서는 수억원씩에 교수자리를 매직(賣職)하고 있다는 풍문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립대에서, 그것도 우리나라 지성의 상징이며 학문의 중심인 서울대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번 사건은 대학의 교수임용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서울대가 이런 정도라면 다른 대학의 부패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있는 교수들은 혐의내용 자체를 부인하거나 며칠만에 돌려줬다고 말했다 한다. 정확한 진상은 검찰의 수사로 드러나겠지만 사회에 던진 충격의 파장은 너무나 크다. 관련교수의 사의표명으로 간단히 마무리할 성질이 결코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교수임용과정에 대한 부패구조를 대수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교수임용을 둘러싼 비리에는 금품수수 외에도 학내 파벌끼리의 담합과 자기사람 심기, 모교출신만 채용하는 ‘순수혈통’ 유지하기 등 온갖 소문이 얼룩져 있다. 어느 사회보다 실력이 중요한 대학에서 정작 실력은 뒷전이다. 대학의 교수임용 비리는 결국 기존교수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착에서 파생한다. 학문에 대한 열정보다는 학내 파벌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더 요구된다. 지성의 전당을 지킬 순수한 지성을 뽑겠다는 것인지, 파벌간의 관할권 다툼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명문대에 다른 대학 출신이 교수로 채용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일부 사립대는 금품으로 두루두루 ‘인사’를 하지 않는 한 지원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채용할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만 공개채용광고를 내는 일까지 있는 게 오늘의 대학 현실이다.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의 현실이 이러하고는 교육당국이 추진중인 자율화의 확대는 부패의 확대를 의미할 뿐이다. 대학발전의 1차적 요체는 우수한 교수진의 확보에 있다. 돈으로 교수직을 팔고사는 상황에서는 우수한 교수 확보는 물론이려니와 학문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교수임용의 합리적 기준과 심사과정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은 차제에 서울대뿐만 아니라 일부 사립대의 교수와 대학병원 의사채용 및 승진 등을 둘러싼 돈거래를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사회 스스로 지성과 학문의 전당을 깨끗하게 지키려는 뼈를 깎는 자정(自淨)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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