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부형권/현철씨의 두 얼굴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피고인은 맡긴 돈 50억원에 대한 이자로 매월 5천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사채놀이를 했단 말입니까.” 3일 오전 서울고법 403호 법정에서 검사의 매서운 추궁에 맞선 김현철(金賢哲)피고인의 모습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말씀을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하는 그는 더이상 1심 재판 때의 ‘날개꺾인 소산(小山)’이 아니었다. 수의 대신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섰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김피고인은 이날 검찰의 집요한 추궁에 강경한 어조로 반박하거나 “기억이 뚜렷치 않다”며 조사과정에서의 진술을 자주 번복했다. 검사가 “전 대호건설사장 이성호(李晟豪)씨에게 ‘관계부처에 알아보니 서초케이블TV건은 문제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죠”라고 묻자 김피고인은 “그건 이성호씨의 주장일 뿐”이라며 가볍게 부인했다. 김피고인은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을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관계기관’에 문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했다. “대동주택 곽인환회장이 준 현금 5억원이 입금된 것을 포함, 아직 확인되지 않은 차명계좌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검사의 추궁이 계속됐다. 그러나 김피고인은 “정확한 기억은 없다”면서도 “차명계좌에 입금한 적은 결코 없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대선잔여금 70억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한 각서’에 대해서도 “검찰이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차례 (쓰라고) 권유하지 않았느냐”며 자의(自意)가 아니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5개월 동안의 수감생활을 겪은 저는 지금 지난날의 잘못된 처신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최후진술을 마친 김피고인은 불만이 가득한 상기된 얼굴로 쏜살같이 법정을 빠져 나갔다. 〈부형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