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③/민들레학교]하루일과등 아이들 스스로 결정

  • 입력 1998년 1월 25일 20시 29분


‘겨울 들판의 사냥’‘개구쟁이 아이들’‘별’‘희귀동물’. 동화 제목같은 이름들. 민들레학교 겨울캠프에 참가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둠 이름이다. 아이들 스스로 토론 끝에 정했다. 민들레학교가 소중히 여기는 덕목은 자유와 자치다. 3박4일의 겨울캠프 기간중 ‘민들레 학생’은 스스로가 주인이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흥미있는 곳을 가보고 스스로 탐구하면서 가슴으로 깨닫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출발지인 대구에서 천안으로 가는 기차안에서부터 시작됐다. 모둠별로 모여앉은 아이들은 저마다 기발한 모둠 이름을 내놓았다. 그리고 투표에 부쳤다. 토론을 통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투표로 결정하고 모두 두말없이 따른다. ‘공동체’라는 말을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아도 아이들은 온몸으로 공동체적 삶을 배우는 것이다. 군것질 삼가기, 늦잠자지 않기, 모임시간 지키기, 주변 깨끗이 치우기. 민들레학교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지킨다. 심지어 서로간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으니 용돈을 얼마 이상 쓰지 말자고 약속도 한다. 6일 아이들은 충남 서산군 간월도 갯벌에 들어갔다가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저녁에는 꼭 모닥불놀이를 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밤이 깊자 아이들은 모두 밖에 나가 나무를 모으고 불을 지펴 놀이판을 벌였다. 하루일과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을 의논하는 진지한 얼굴표정에서 며칠만에 부쩍 자란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아이들 가운데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가 시작됐다. 문밖 서해의 철썩이는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면서 장작불도 톡톡 사그라지고, 아이들의 겨울캠프 마지막 밤도 고요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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