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자동차의 불합리한 세제

  • 입력 1997년 12월 26일 20시 09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 운행하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낸다. 독일은 취득 보유단계의 세금과 이용단계의 세금 비율이 26% 대 74%고 영국은 39% 대 61%다. 미국도 휘발유값에 연료세 연방소비세 등을 부과해 운행단계에 더 큰 부담을 지운다.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기름값에 교통세가 따로 붙긴 하지만 보유와 이용단계의 세금 비율이 80% 대 20%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세금체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우선 자동차에 물리는 세금 종류만 무려 13가지다. 세액도 터무니없이 높다. 수백만원짜리 소형차 세금이 수억원대의 아파트 세금과 맞먹는다. 세금구조는 더 엉망이다. 차를 살 때 내는 취득세 등록세에다 공채매입액 등을 합치면 차값의 45%나 된다. 차를 굴리지 않아도 비싼 자동차세 면허세 등을 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주행세 도입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주행세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세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쳐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국민총생산의 3.2%인 10조원에 이른다. 자동차 관련 세금은 마땅히 도로의 점용, 대기오염, 교통혼잡의 비용부담이라는 성격도 가져야 한다 ▼주행세 도입과 관련, 재정경제원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 내무부는 지방세 수입 감소를 걱정한다. 여기에 세제개편에 따른 행정적 번거로움을 피해보자는 관료편의주의적 발상도 한몫 거든다. 지금까지 주행세 도입이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세제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것인가. 자동차를 굴린 만큼 비용을 더 부담토록 해야 불필요한 자동차 이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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