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명건/망배단의 「귀순자 예배」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25일 오전 임진각 망배단(望拜壇) 앞. 이곳에 모여 예배를 올리는 기독교귀순용사 선교회 소속 귀순자들의 눈에 하나 둘 눈물방울이 맺혔다. 북쪽 고향의 냄새라도 맡으려는 듯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주님, 크리스마스라는 용어조차 알지 못한 채 굶주림과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북녘동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옵소서』 68년 남한으로 침투해 청와대를 습격하다 붙잡힌 뒤 귀순한 김신조(金新朝·56)목사. 지난 1월 목사안수를 받은 김목사는 북쪽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눈물이 김씨의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찬송가를 부르는 귀순자들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러시아 아무르에 벌목공으로 끌려갔다가 95년 탈출한 이승익(李承翼·32)씨는 『평안도 남포에서 고생하고 있을 부모 형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남쪽에서 편안히 살고 있는 제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 나라 살리는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예배를 마친 귀순자들은 한동안 망배단 앞을 뜨지 못했다. 일부는 북쪽 철조망 너머로 목을 빼고 치켜든 고개를 거두어들일 줄 몰랐다. 『비록 최근에 경제상황이 안좋아졌지만 한국은 축복받은 땅입니다. 북녘동포의 영혼과 육체 모두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성탄절의 기쁨이 북쪽에도 전달될 그 날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망배단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 김목사의 들썩이는 어깨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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