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全-盧씨 석방을 보는 느낌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1분


22일 오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이 한동안 우리 눈에 익었던 수의(囚衣)를 벗고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교도소와 구치소를 나서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약간은 떨리는 듯한 그들의 「석방일성(釋放一聲)」에서,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많은 사람들이 「측근」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는 데서, 그리고 그들의 이웃이 내건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그들의 석방을 실감한다.혹자는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석방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표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석방을 지켜보며 우리사회 한 구석을 짓눌러왔던 「그 무엇」이 해소됨을 느낀다. 뭘까. 반목 갈등 보복 지역감정 파워게임…. 본보 발행인인 김병관(金炳琯)회장은 연두제언에서 「국민통합의 의식혁명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우리 모두 냉철한 이성으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계층과 집단의 이해를 넘어선 국민통합의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힘을 합쳐 나가야 할 때다』(97년1월1일자) 김회장은 그런 취지에서 올 초 전씨를 면회하고 『비록 동아일보가 전(全)정권하에서 동아방송을 빼앗기는 등 심한 탄압을 받았지만 용서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보는 또 사설을 통해서도 전,노씨의 사면을 제안했다. 『동아일보가 그들의 사면을 제안하는 것은 증오가 아니라 화합과 관용이 국가를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97년4월18일자) 그후 상황도 변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전,노씨를 단죄했던 현정권은 이제 나라살림을 거덜냄으로써 그 정당성을 훼손당했다. 그렇지만 풀려난 전씨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사과를 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위기에 빗대 자신의 치적을 강조함으로써 아직도 「전두환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되찾은 2년여만의 자유, 그 자유가 이제 우리를 반목과 갈등에서 자유스럽게 만드는 작은 출발이 되길 기대해 본다. 심규선<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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