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날마다 하나씩 우스개 옛이야기」

  • 입력 1997년 12월 20일 08시 07분


「날마다 하나씩 우스개 옛이야기」(김태정 김해왕 엮음/웅진출판 펴냄)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마을 외딴 곳에 마음씨 착한 농부와 아내가 살고 있었대. 그런데 하루는 마당이 하도 시끌시끌해서 내다 보니까 예닐곱 명의 장정들이 떠들고 있는거야. 또,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머리에는 뿔이 달리고 손발에는 털이 부숭부숭 나 있는게 영락없는 도깨비지 뭐야. 농부와 아내는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어. 하지만 도리어 호통을 쳤지.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이래도 되나!』 그러자 도깨비들도 막 화를 내는거야. 『무슨 소리야? 이 집은 원래 우리 집이라구』 농부와 도깨비는 서로 자기 집이라고 우기기 시작했어. 그러다 꾀돌이처럼 생긴 도깨비 하나가 제안을 했어. 『좋아, 그럼 내기를 하자. 수수께끼를 내서 맞히는 사람이 이 집을 갖는거야』 농부는 할 수 없이 그렇게 하자고 했어. 도깨비는 얄밉게도, 아주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냈어.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면 몇 바가지게?』 곰곰이 생각하던 농부가 말했어. 『바닷물이 다 들어가는 바가지로는 한 바가지! 반만 들어가는 바가지로는 두 바가지!』 농부의 대답에 머쓱해진 도깨비. 농부에게 수수께끼를 내라고 채근했어. 『내가 마당으로 나갈 것 같애? 아니면 방에 그냥 있을 것 같애?』 도깨비는 이 수수께끼를 맞힐 수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웅진출판에서 펴낸 「날마다 하나씩 우스개 옛이야기」. 어린이 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잠들 때 하나씩 들려주는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공부에 찌들리고 과외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 놀 때도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렇듯 스트레스 받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부담없는 웃음을 던져준다. 누룽지처럼 고소하고 깨엿처럼 새콤달콤한 재미를 안겨준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녹아있고 입말이 생생히 살아있는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판소리 장단의 흥이 넘치는 전래동요를 곁들였다. 또,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욕심꾸러기 형과 마음씨 착한 동생이 살고 있었어. 형은 얼마나 욕심이 많았던지 부모님이 물려준 재산을 혼자 차지하고 말았대. 하지만 착한 동생은 형을 원망하지 않았지. 어느날 동생이 깊은 산 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났어. 『어흐흥!』 동생은 정신없이 도망갔지. 그러다 구덩이 하나를 발견하고 훌쩍 뛰어내렸어. 그곳은 달콤한 꿀 구덩이였대. 호랑이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마침 배가 고픈 동생은 꿀을 실컷 먹었어. 그러고는 구덩이에서 나와 나무하던 곳으로 가는데 뽀옹∼, 방귀가 나오는거야. 그런데 방귀냄새가 무척 달고 향긋했어. 『어, 방귀가 맛있는데? 한번 방귀장사를 해봐야지』 『단 방귀 사려! 다디 단 방귀 사려!』 사람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모여들었어. 『세상에 단 방귀가 있나. 어서 방귀를 뀌어 보시오』 사람들이 서로 돈을 내고 달고 향기로운 방귀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지. 덕분에 동생은 큰 돈을 벌었어. 소문을 들은 욕심 많은 형이 가만히 있을리 없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호랑이를 만났어. 그러고는 정신없이 도망치다 아무 구덩이나 푹, 들어갔지. 하지만 냄새가 좀 이상했어.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지. 하지만 형은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에 마구마구 퍼먹었지. 꿀구덩이가 아니고 똥구덩이였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형은 방귀장사를 시작했어. 『단 방귀 사려! 단 방귀 사려!』 방귀를 팔러다닌 형은 어떻게 됐게? 〈이기우기자〉 ▼ 전문가 의견 이 책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모두 다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는데 이야기에 맞추어 의성어 의태어를 풍부하게 써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구어체로 글을 다듬어 아이들에게 말로 들려주기 쉬운 게 큰 장점이고 우리말을 아주 다양하게 풀어쓴 것도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날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한 편 한 편을 되풀이해서 오랫동안 들려주어, 아이들이 이야기를 기억해 스스로 말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김중철<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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