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아는 만큼 「맛」이 보인다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음식이건 술이건 「아는 만큼」 맛있는 겁니다』 전통 가양주(家釀酒)문화 되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배영호씨의 주장이다. 배씨가 운영하는 경기 포천군의 배상면주가(0357―31―0440)에서 매주 수 일요일에 열리는 「술맛배우기학교」. 20∼30명이 전통술 맛보는 법과 주도(酒道)를 배운다. 『20,30대 남녀의 반응이 좋아 다행입니다. 프랑스인이 포도주에 대해 탁월한 미각을 갖게 된 이유도 일찍부터 포도주를 마시며 이를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받기 때문이죠』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입맛」도 깨우치고 교육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라면 먼길을 마다 않는다. 회원 1백여명의 「건강여행클럽 신바람」(02―704―0955)은 가공음식이나 서양음식으로 인해 잃어버린 고유의 입맛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임. 3월부터 충남 홍성의 고추장연구가 황연하씨, 전남 광양의 매실농원 대표 홍쌍리씨, 경남 양산의 박요리전문가 한경수씨 등을 찾아다니며 전통의 맛을 배우고 있다. 이 클럽의 임동헌대표(소설가)는 『회원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지만 생활에 여유가 있는 40,50대가 주축』이라며 『나이많은 회원은 어린시절의 맛을 어렴풋이나마 되찾는데서, 젊은이는 「이것이 전통의 맛이구나」하는 깨달음에서 감동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맛을 배우려는 사람을 위한 강좌도 인기. 95년말부터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문화센터에서 「맛산책클럽」 강좌를 열어온 요리연구가 한복선씨는 이달에 삼성플라자 분당점 문화센터에도 「미각기행」 강좌를 개설했다. 한달에 한번씩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의 음식점을 번갈아 찾아 맛 공부와 함께 식탁매너, 요리법을 배운다. 한씨는 『「이 음식의 재료는 무엇 무엇일까」 「이집 음식이 다른 음식점의 음식과 맛이 다른 이유는 뭘까」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며 미각을 깨우치도록 훈련한다』고 말했다. IMF한파로 주춤해지긴 했지만 와인애호가 사이에서는 소믈리에(포도주감정사)를 초빙, 포도주 맛보는 법을 배우는 소규모의 「이너필리스트(Oenophilist·와인 애호가)클럽」도 생겨나고 있다. 회원들은 와인을 공동구매해 조금씩 맛을 테스트하고 맛을 세련된 「품평용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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