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97결산]국제 타이틀 棋戰 6개중 4개 석권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97년 한국바둑은 세계 정상을 확고부동하게 지켰다. 국내 바둑산업이 급성장을 거듭한 가운데 올해 열린 6개 국제 타이틀전 중 4개를 휩쓸어 「바둑종주국」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국내바둑계〓조훈현(曺薰鉉)9단이 「부활」하면서 이창호(李昌鎬)9단의 「1인천하」시대가 「이, 조 2강」구도로 바뀌었다. 조9단은 연초 바둑왕전에서 우승, 시동을 건 뒤 명인전 SK텔레콤배에서 이9단이 갖고있던 타이틀을 잇달아 빼앗았다. 또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한 뒤 유창혁(劉昌赫)9단의 도전을 뿌리치며 패왕전을 방어하는 등 저력의 상승세를 탔다. 유창혁 서봉수(徐奉洙)9단과 최명훈(崔明勳)5단이 타이틀 획득을 노렸으나 모두 실패했다. 또 이성재(李聖宰)4단 목진석(睦鎭碩)3단 등 신예들의 급부상으로 한국바둑의 전망을 밝게 해주었으나 아직은 역부족으로 「이,조 2강」판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년엔 슬럼프에 빠진 유창혁9단의 재기여부와 최명훈 이성재 목진석 등 신예의 활약이 국내 바둑계의 주목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 ▼국제기전〓한국은 동양증권배 LG배 삼성화재배 진로배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특히 서봉수9단은 진로배에서 중국과 일본의 기라성같은 기사를 상대로 「9연승 신화」를 창조해 한국바둑의 저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이 사상 처음 후지쓰(富士通)배를 차지했고 중국은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에서 위빈(兪斌)9단이 우승하는 데 그쳤다. LG배에서는 이창호 유창혁9단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 국제바둑대회가 「한국인의 잔치」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국바둑은 7명의 정예기사가 출전한 롯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에서 중국에 5승9패로 패배, 3년째 중국에 밀리면서 『소수 스타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바둑계〓중국은 1인자인 마샤오춘(馬曉春)9단이 주춤하면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 4월 저우허양(周鶴洋)7단이 후지쓰배에서 이창호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신예의 급부상이 가시화됐다. 왕레이(王磊) 위빈9단 등 신예들이 국제무대 감각을 익히는 내년부터는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전망. 일본 바둑계는 조치훈(趙治勳)9단의 평천하(平天下)가 계속되고 있다. 조9단은 지난해 획득한 기세이(棋聖) 혼인보(本因坊) 메이진(名人) 등 3대 타이틀을 모두 방어해 또다시 대삼관(大三冠)의 위업을 이뤘다. 특히 조9단은 일본을 대표하는 고바야시 고이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을 모두 꺾으며 타이틀을 방어해 「무적천하」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바둑산업은 당분간 성장을 계속할 전망. 동양 LG 삼성그룹 등은 외화를 써야 하는 해외 현지대회 개최를 자제, 경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상금규모는 유지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보해배 여자대회를 빼고는 모든 대회에서 원화로 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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