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46〉
내가 배에 뛰어오르는 걸 보고 선원들과 상인들중 하나가 소리쳤습니다.
『이런 재수없는 짐승이 배에 오르다니…』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저런 재수없는 짐승은 죽여버려야 돼』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나를 잡기 위하여 몰려왔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배 안에는 일대 아수라장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점잖게 생긴 선장이 나타나며 소리쳤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그러자 선원과 상인들은 말했습니다.
『선장, 저 재수없는 짐승이 이 배에 탔단 말이오. 저런 짐승을 배에 태우면 신통한 일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저 짐승을 잡아 죽이려고 한단 말이오』
나는 그때 잽싸게 선장에게로 뛰어내려 선장의 소매를 잡고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그러한 내 모습이 선장에게는 가엾게 보였던지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상인 여러분, 이걸 좀 보시오! 이 원숭이는 지금 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소. 이런 동물을 어떻게 죽이겠소? 아무래도 내가 보호해주어야겠으니 이제부터 아무도 이 동물한테 못살게 굴거나 장난을 하지 마시오』
그러자 상인들은 불만에 찬 목소리들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배에 원숭이를 태우면 재수가 없다는 말도 못들었소? 그 원숭이 때문에 우리한테 무슨 재앙이라도 닥치면 당신은 어떻게 책임질 거요?』
이 말을 들은 선장은 당치도 않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배에 원숭이를 태우면 재수가 없다니, 당신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오히려, 이런 불쌍한 동물에게 가혹한 짓을 한다면 알라께서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까 두렵소.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쓸데없는 미신을 믿고 이 동물에게 가혹하게 구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만약 내 말을 어기면 서로 의가 상할지도 모를 일이오』
이렇게 되자 선원들은 더 이상 아무말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선장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배는 오십 일 동안 순풍을 만나 살같이 전진하였습니다. 그동안 나는 선장의 심부름도 해주고 하인같이 그의 시중도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선장은 나를 퍽 귀여워해주었습니다.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고 무엇이든 시키는대로 하는 영리한 원숭이에 대한 소문이 상인들과 선원들 사이에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단조롭고 지루한 항해가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나를 돌보고 귀여워하는 것을 흥미거리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십 일 동안의 긴 항해 끝에 배는 마침내 어느 커다란 도시의 부두에 닻을 내렸습니다. 상인들은 한바탕 장사를 벌일 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했고, 선원들은 모처럼 맞이하게 될 휴식과 향락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맞이할 새로운 운명을 우울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