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만원/「왜곡된 고용」부터 조정을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약 안에 대량실업 유발 조항들이 들어 있다. 3%의 성장률 감소가 유발할 실업자 수가 60만명이라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자 수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대선후보들은 「고용안정」을 내세우지만 「고용창출 없는 고용안정」은 기업의 멸망을 재촉할 뿐이다. 같은 제품을 경쟁국은 50명으로 만드는데 우리만 1백명으로 만들면 어찌 팔리겠는가. ▼ 경쟁력없인 영원한 불황 ▼ 고용안정과 국제경쟁력은 양립할 수 없다. 고용안정이라는 토끼를 먼저 잡으면 경쟁력을 잃게 되고 고용안정도 잃는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이라는 토끼를 먼저 잡으면 달러가 벌리고, 달러가 벌리면 고용이 창출된다. 이는 영국 대처총리의 성공 사례다. 한국경제의 장래는 정부축소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달려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시대에는 경기순환론이 없다. 국제경쟁력이 없으면 영원히 불황이다. 기업경영을 과학화하기 위해서는 잉여인력을 떼내야만 한다. 이 잉여인력은 누가 흡수해야 하는가. 첫째는 기업이고 둘째는 정부다. 경제와 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제품」과 「일거리」를 창조하는 길뿐이다. 두 개의 모델이 있다. 일본의 하와이언스파사는 전에는 광산업체였다. 광산업이 사양길에 오르자 도산 직전에 이르렀다. 사장은 사원들에게 삼삼오오 팀을 만들어 장차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를 찾아내도록 독려했다. 사원 가족들까지 동원된 노력 끝에 지금은 탄탄한 건강레저업체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3M사는 사원들에게 한시간씩 내주었다. 사원들은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팀을 짜서 그들의 시간을 보태, 『이런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아이디어를 냈다. 이 노력으로 4년만에 지금 만드는 제품 수의 30%를 새로 창안했으며 고용도 대폭 창출됐다. 일거리 창조는 한파를 이겨내는 유일한 수단이다. 옛날엔 일거리를 외국이 주었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 창조해내야만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손끝기술」을 「두뇌기술」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외국 업체가 설치해준 조립공장에서 외국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 의존해 왔다. 이 기능공의 「손끝기술」은 「부가가치」도 「일자리」도 창출해내지 못한다. 제품은 사양화되고 새로운 제품은 생기지 않으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시스템 설계를 의무화하고 설계에 많은 돈을 줘야 한다. 외국의 일류 업체에 설계 과제를 주고 여기에 젊은 공학도들을 고용케 해야 한다. 그러면 머리 좋은 학생들이 설계분야에 투신할 것이다. 설계에 돈을 쳐주지 않는데 어찌 설계인력이 양성되며 설계인력이 없는데 어찌 일자리가 창출되겠는가. ▼ 정부 「망국적 일자리」없애야 ▼ 「실업」만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고용」은 더 큰 문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도로교통안전협회와 공단이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퇴직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이 까다로워졌다. 미국에서는 25분과 15달러만 가지면 할머니도 면허증을 따지만 우리는 1백60시간과 1백70만원을 가져야 딴다. 미국정부는 국민총생산(GNP)의 18%만 세금으로 걷어가는데 한국 정부는 36%나 걷어다 탕진한다. 그래서 왜곡된 일자리는 정부에 가장 많다. 이들 망국적 일자리는 속히 생산적인 일자리로 전환해야 한다. 지만원<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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