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인철/소비자 우롱하는 주유소

  • 입력 1997년 11월 29일 11시 49분


대폭적인 유가인상이 전격 발표된 27일 밤 10시경 서울 중구 장충동 SK(주) 장충주유소. 차를 몰고 시장에 다녀오던 주부 이미혜(李美慧·36)씨는 28일 0시부터 휘발유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듣고 한푼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항상 이용하던 이 주유소를 찾았다. 휘발유가 아직 조금 남아있어 3만여원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가득 채워달라』고 주문했다. 잠시후 종업원은 『다 찼다』며 1만8천원을 요구했다. 『평소보다 휘발유가 조금 들어간 것 같다고 느꼈지만 뒤에 차들이 잔뜩 밀려 있었어요. 직원들의 결제시간이라도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에 할인혜택을 주는 회원카드를 제쳐두고 현금으로 계산했어요』 그러나 시동을 켜고 5분여를 달렸는데도 연료표시가 3분의 2밖에 올라가지 않아 이상했다. 다시 그 주유소로 가 기름을 더 넣어보았더니 1만7천원어치나 들어갔다. 이씨는 『휘발유를 덜 팔기 위해 연료가 가득찼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상대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데다 차안에서 기다리는 남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싶어 그냥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씨는 동아일보사에 전화를 걸어 이같은 일을 상세히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화로 경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주유소의 한 직원은 『기자면 직접 나와서 확인하라』며 퉁명스럽게 끊었다. 현장확인을 나간 기자에게 담당과장은 주유소 바닥이 경사가 져 보통 7ℓ정도 기름이 덜 들어간다고 둘러댔다. 『그래도 차액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직원들이 바빠서 실수한 것 같으니 이해해 달라』며 그제야 잘못을 시인했다. 이씨는 『이 정유회사가 최근 기름을 많이 넣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고 직원친절운동을 편다고 스티커를 나눠주더니 그 보답이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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