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해 처음 식료품점을 찾았을 때 매장이 워낙 크고 깨끗한데다 상품이 체계적으로 진열돼 있어 놀랐다. 이런 규모나 진열상태는 다른 일반 체인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진짜 놀랄 일은 매장면적이나 진열상태가 아니었다.
두달 전 어느 일요일. 한주일 동안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대형 할인점에 갔다. 매장을 돌아나오다 보니 철이 지난 물놀이 용품이 초여름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싼 값에 나와 있었다. 내년 여름에 큰 애가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나를 쇼핑카트에 실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물놀이 기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짐을 실어주던 직원이 맨 마지막에 계산한 물놀이 기구를 우리 카트에 싣지 않고 다음 사람의 카트에 실어준 것 같았다.
계산한 직원을 찾아 영수증을 내보이며 상황을 이야기하자 그 직원은 매장 책임자를 부른 뒤 영수증을 건네주며 사정 얘기를 했다. 책임자는 영수증을 받아들고는 『매장으로 들어가 똑 같은 것을 하나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물놀이 기구를 가지고 그에게 가니 영수증에 「고객만족」이라고 쓰고는 출구쪽까지 안내해줬다.
이 순간 고객만족에 드는 비용이 얼마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소매업체들의 고객만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완구전문업체는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연락처를 적고 서명만 하면 두말 않고 물품을 반환해준다. 영수증이 없으면 해당 금액만큼 자사 상품구입권으로 환불해준다.
우리 소매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외국 유통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우리 업체도 매장 대형화와 함께 외국기업들의 「무기」인 고객만족을 추구해야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현필(무역진흥공사 워싱턴무역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