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한진수/답답한 「여론조사 공개금지」

  • 입력 1997년 11월 24일 20시 09분


9룡들이 뛰기 시작한 지난 1월이후 11월25일 현재까지 11개월여 동안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는 모두 80여회에 이른다. 이처럼 이번 대선보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빈번해진 각 언론사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보도를 놓고 경마(競馬)중계하듯 한다고 해서 「경마식 보도(Horse race Journalism)」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각 언론매체가 거의 대부분 그 조사결과를 1면 머릿기사로 다룰 만큼 독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김종필씨와 조순씨의 후보 중도포기 결심을 앞당기게 한 요인중 하나로 작용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두 후보의 중도포기는 민심을 읽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 이제부터 정말 궁금 ▼ 논란속에 관심을 끌어온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보도는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6일 이후 공표가 금지된다. 대통령선거전 막바지에서 각 당 후보 지지도 변화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때 언론은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정치선진국의 경우 이같은 제한은 없다. 영국에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으며 미국과 독일에서는 시차 등을 고려해 투표당일, 스웨덴은 5일, 프랑스에서는 투표 1주일 전부터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 선거운동기간중(12∼17일) 여론조사결과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같은 동서양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후진성의 산물인지는 생각해 봐야할 과제일 것 같다. 어쨌든 선거법상 제약으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결과를 신문지상에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각 언론매체에서는 26일 이후에도 각 후보의 지지율 조사를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문으로 시중에 떠돌아다닐 것이다. 정확한 조사결과를 전해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잘못된 조사결과나 조작된 지지도를 전해듣고 사실인양 얘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모 유력 중앙일간지 조사결과라며 이회창후보가 몇 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어 다른 후보와의 격차가 어떻다는 내용의 공식성명을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가 지칭한 「모 유력 중앙지」는 동아일보였던 모양이나 본사에서는 그 시점에 그같은 수치가 나온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다.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잘못된 내용의 공식성명까지 발표할 정도니 앞으로 남은 대선기간중 각 언론사에서 조사를 해놓고 보도하지 못하는 각종의 여론조사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변질돼 시중에 떠돌아다닐지 걱정된다. 결국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지지도 조사결과의 언론공개를 금지한 우리의 선거법은 자칫 잘못하면 오도된 여론의 유포를 방조하는 역기능을 할 또다른 우려가 있다. ▼ 뜬소문 횡행 우려 ▼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보도가 금지되는 26일에 앞서 24,25일 이틀동안 각 언론매체에서는 마지막 보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각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 보도했다. 동아 조선―MBC 중앙 한겨레 경향 문화 국민일보 등 7개 언론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 후보지지율의 최고치와 최저치는 김대중후보 36.8∼33.1%, 이회창후보 34.1∼29.9%, 이인제후보 25.2∼21.2%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 대략 ±1.4∼±3.1%의 오차가 있을 수 있고 5.8∼17.5%의 무응답층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대권경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추이를 계속 조사보도할 수 없다니 답답한 일이다. 한진수<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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