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 출국을 보는 눈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오늘 오후 출국한다. 27일 귀국 예정이니 만 닷새 동안 청와대를 비우는 셈이다. 대통령이 꼭 참석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회의라면 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난국으로 나라가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권교체기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이고 정치권은 대선에 매달려 제정신들이 아니다. 대통령이 이런 시기에 꼭 출국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론이나 심지어는 『또 외유냐』는 부정적 시각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95년 예산안 때문에 의회와 대립이 심각해지자 고어 부통령을 오사카(大阪) APEC정상회의에 대신 보낸 적이 있다. 사실 APEC는 한국과 호주의 주도로 창설된 국제기구인 만큼 우리는 남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서는 당초 주의제였던 역내 인프라문제 뿐 아니라 회원국의 금융불안 해소 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김대통령은 특히 클린턴 미국대통령, 하시모토(橋本) 일본총리 등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방안과 최근의 한반도 주변 4강 교차 정상회담 결과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이번 나들이에서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정상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의 해외순방은 그동안 13차례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보다 3차례나 많았고 경비도 40여억원이 더 들었지만 문민정부의 정상외교가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는 아직 없다. 14번째인 이번 순방도 돈만 낭비했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갖고 오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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