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경제팀이 해야 할 일

  • 입력 1997년 11월 19일 20시 04분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외환 및 금융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일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대내외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게 급하다. 금융기관, 나아가 국가 신용도를 회복하고 외화부족을 타개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인물난도 있었겠지만 소방수로 등장한 새 경제팀이 약체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중책을 맡은 이상 새 경제팀은 3개월 남은 정권 임기중 최선을 다해 경제살리기에 나서주기 바란다. 경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경제팀이 위기대처 능력을 잃고 정책이 갈팡질팡해도 대통령이 적극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란은 지난 7월부터 강경식(姜慶植)부총리의 교체 불가피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으나 이를 외면, 결국 경제를 벼랑끝으로 몰고 왔다. 경제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해 실정(失政)을 거듭한 강부총리는 진작 바꿨어야 했다. 경제팀을 경질했다고 경제위기가 쉽게 해소되는 건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각료들까지 지금의 경제위기를 국난(國難)으로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김대통령은 석달 남은 임기중 경제를 또다시 경제팀에만 맡겨두고 나몰라라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위기극복에 몸을 던져야 한다. 새 경제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무능해 보이고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신뢰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난제(難題)는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외환 금융시장의 정상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환율이 급등하고 외화차입이 중단된 상황부터 해소해야 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외화를 조달하든지, 아니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오든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주권의 상실이라는 치욕을 감수하고라도 IMF자금이 필요하다면 가부간에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족한 외화의 조달 등 응급처방과 함께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 대외적으로는 물론 각 경제주체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일도 급하다. 금융산업개편 기업구조조정 규제혁신 고비용저효율구조의 개선 등을 망라한 경제위기의 본질을 정밀진단, 중장기대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 아울러 새 경제팀에는 귀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유연한 정책대응 자세가 요구된다. 오늘의 경제난은 정부만의 힘으로 헤쳐나가기 어렵다. 정치권은 대선에만 몰두해 위기극복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개혁법안과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정비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무분별한 확장과 지나친 차입경영으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설 때다. 일반 국민도 고용불안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근검절약으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새 경제팀의 출범을 계기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심해 오늘의 위기를 이겨내는 저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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