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영웅적 테너「호세 쿠라」,무게실린 발성 일품

  • 입력 1997년 11월 18일 08시 00분


『기다리던 영웅적 테너가 나타났다』 세계 오페라계가 35세의 젊은 테너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아르헨티나 출신 호세 쿠라. 지난1월 「꿈의 무대」인 밀라노 라 스칼라 가극장에 데뷔했고, 5월에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의 반주 아래 베르디「오텔로」를 노래했다. 94년 오페라무대에 데뷔한지 3년만이다. 다소 빠른 출세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다. 무엇 때문에 모두가 그를 주목하는 것일까. 테너의 세계는 드라마틱(극적)테너와 리릭(서정적)테너로 크게 구별된다. 서정적 테너와 달리 극적 테너는 큰 음량과 강한 표현을 사용, 영웅이나 질투에 찬 남성상을 표현해내는데 알맞다. 60년대 말 마리오 델모나코와 프랑코 코렐리가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극적 테너의 시대는 시들고 말았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시대를 대표하는 극적 테너로 떠받들어 졌지만, 다소 밝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드라마틱」의 전형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 아라이자, 시코프, 알라냐…. 새롭게 등장하는 테너들도 모두 서정적 표현에 능한 밝은 목소리 일색이었다. 이런 판국에 혜성처럼 출현한 쿠라는 전형적 「드라마틱」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던 것. 귀가 따가울 정도의 거대한 음량, 어둡게 빛나는 오묘한 발성, 무게와 힘이 실린 표정으로 그는 극장을 압도했다. 「새 오텔로가 탄생했다」. 당시 이탈리아 신문에 실린 기사제목이다. 최근 그가 녹음한 푸치니 아리아집(에라토)이 선을 보이면서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면모가 알려지게 됐다. 그의 후원자로 알려진 도밍고가 지휘자로 변신,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을 지휘했다. 「차세대 영웅적 테너」라는 소문은 사실이었을까. 과연 그의 포르티시모는 쩌렁쩌렁 울린다. 긴 악구에서도 탄탄하게 힘을 유지하는 강인함이 돋보이며 성깔있게 들리는 독특한 목소리와 표현이 매력적이다. 아직은 단점도 적지않게 발견된다. 첫곡인 「투란도트」중 「잠들지 말라」의 첫머리에서 그는 맥없는 목소리로 김을 빼고 만다. 표현의 세련미가 부족한 것이다. 음높이를 직전의 음표에 갖다 붙이는 버릇도 발견되며, 템포가 처지는 점도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그가 극적 테너의 공백기를 메우는 「거대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데뷔후 그가 보여온 빠른 발전속도가 이를 충분히 웅변해준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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