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자동차 사고를 보면서 그녀 못지않게 세인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던 현대무용의 기수 이저도라 덩컨(미국)의 자동차사고가 떠올랐다.
덩컨이 첫번째 비운을 당한 것은 1913년. 덩컨에게는 여섯살난 딸과 세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그해 5월 두 아이와 보모가 센강변에서 드라이브를즐기다자동차가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강으로 추락했다.
차를 건졌을 때 두 아이는 보모의 팔에 안긴 채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그후 덩컨은 사랑의 패배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종종 자동차를 몰고 알프스를 넘나들었다.
51세의 황혼을 걷던 덩컨은 1927년 프랑스의 미항 니스의 바닷가에 무용 스튜디오를 차려 살고 있었다. 그해 9월14일 저녁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카레이서였던 젊은 보이프랜드와 새로 구입한 이탈리아제 소형 스포츠카인 부카티를 시승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빨간 비단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리며 빨간색 부카티의 좁은 운전석에 올라 앉아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덩컨의 목은 뒤로 꺾였다.
이 부카티 T35모델은 당시 자동차 예술의 대가라던 이탈리아의 에토레 부카티가 개발한 고성능 소형 스포츠카로 카레이스에서 많이 우승, 유럽 상류층의 젊은 스포츠맨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차. 운전석 폭이 좁아 팔을 밖으로 내야만 운전할 수 있었다. 팔꿈치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15㎝밖에 되지 않았다.
덩컨은 올라탈 때 목에 감은 길게 늘어뜨린 스카프자락이 뒷바퀴에 감긴 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목과 척추가 부러져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로댕, 오스카 와일드, 헨리 포드,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드 황태자 등 수많은 저명인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덩컨은 이렇게 가버렸다.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