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호주-뉴질랜드]법규준수 기본…품행 정기검사

  • 입력 1997년 11월 11일 08시 11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피터 폴(29)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다 2년전부터 택시를 운전해왔다. 재미도 느끼고 생계유지에도 큰 도움이 됐으나 폴은 이제 택시를 몰지 못한다. 지난 3월 마약을 즐기다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 도로교통안전청(LTSA)의 면허점검 결과 불합격처분을 받아 최소한 5년간 택시운전을 할 수 없다. 카펜터(47)는 화물회사에서 트럭을 몬다. 속도위반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등 교통법규를 밥먹듯 어긴 것이 모두 18번. 그때 그때 운좋게 넘어갔지만 지난 7월에 된통 걸렸다. 하루 11시간 이상 운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 화근이었다. LTSA의 정기점검만 잘 넘기면 별일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그에게 내려진 결과는 운전면허 취소처분이었다. 더욱이 카펜터가 일하는 회사도 당분간 문을 닫게 됐다. 화물 적재중량무시 운행거리초과 등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금은 벌금대로 2천달러를 물었다. LTSA는 1개월에 두번 가량 신문광고를 통해 택시 버스 화물 등 운수회사 운영자를 새로 모집한다. 심사기준은 재정상태 차량대수 등 8가지로 그리 까다롭지 않다. 그러나 다른 요건을 다 갖췄더라도 가장 중요한 한 항목을 통과하지 못하면 안된다. 회사 운영자와 운전사 모두 범죄경력이 없고 안전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오클랜드에서는 해마다 5천∼6천명이 사업용 운전면허 정기검사를 받는다. 이중 퇴짜를 맞는 경우는 60∼70명. 교통사고를 자주 내거나 교통법규를 밥먹듯 위반하면 탈락사유가 된다. 또 여자승객을 성추행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등 품성이 나쁘면 당연히 면허를 내주지 않거나 취소한다. 심사자료는 대부분 경찰이 제공한다. 운전사들이 LTSA의 조치에 수긍하지 못할 때는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 그러나 운전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수업체에 대해서는 △재정상태 △운전사의 근무시간 △차량수리 또는 점검여부 등을 검사한다. 미비한 점이 있을 땐 점검결과에 따라 1∼10년 동안 운영권을 취소한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의 「유나이티드 택시」는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지키기 위해 경력 30년의 베테랑 요원을 안전담당으로 두고 있다. 신참 운전사의 경우 하루 6시간씩 8주일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과로운전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 법규를 위반하다 적발될 때 받는 불이익, 장애인 승객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VTR도 활용하고 있다. 웰링턴의 전차운영회사인 「스테이지 코치」도 운전사 안전교육에 각별히 신경쓴다. 운전능력과 법규준수의식은 기본이므로 그보다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세와 방법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신참 운전사 교육기간은 4주일. 이중 3주일은 운행노선을 익히고 특히 사고위험지역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나머지 1주일은 다른 운전사가 운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을 알아내는 훈련. 근무시간(하루 4∼10시간, 일주일에 40∼50시간)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도 안전운행의 비결. 운전사 잘못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지면 전문학원에 보내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오클랜드 LTSA의 크리스토퍼 루터는 『운수회사 운영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만을 두고 있지만 안전문제는 사소한 점이라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이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웰링턴(뉴질랜드)〓송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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