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러 동반자시대

  • 입력 1997년 11월 10일 20시 02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이 관계정상화의 오랜 걸림돌이었던 국경문제를 해결하고 이같이 전략적 차원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장주석과 옐친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특정국가의 국제질서 주도나 국제패권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일(美日)의 동북아 안보주도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中)―러의 새로운 관계는 미일의 기존 안보축에 대칭이 되는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한 것과 다름없다. 물론 4강간에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과 견제가 계속되겠지만 이러한 두 축의 상호작용에 따라 동북아정세도 달라질 전망이어서 관심을 끈다. 중―러 사이의 화해와 협력은 일단 동북아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갈등과 반목의 계속은 냉전종식 후 조심스럽게 형성되어 가는 이 지역의 안정기류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4강이 상호 견제와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온갖 외교력을 다 동원하는 추세라면 그러한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의 움직임에 한시라도 소흘해서는 안된다. 과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관계를 교묘히 이용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외교전략은 냉전종식으로 더는 효험을 발휘하기 힘든 상태다. 오히려 중―러의 전략적 제휴나 에너지 합작사업 등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협력은 지금 곤궁에 처해 있는 북한의 대내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중―러 협력관계가 한반도에 몰고 올 새로운 변화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적절한 외교적 대처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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