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문화시대의 재판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7분


내년부터 법관과 법원조직의 전문화 시대가 열릴 것 같다. 최초의 전문법원인 서울가정법원이 63년 개원한 이후 35년만에 행정 특허 전문법원이 내년 3월 문을 연다. 이에 맞추어 경력 10년 안팎의 법관들은 민사 형사 가사 특허 행정 5개 분야중 주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하게 되고 현재 운영중인 교통 노동 전문재판부 외에 상사 의료 집행(경매) 전문재판부가 신설된다. 대법원의 개혁안은 사회의 전문화 추세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서 사법 서비스의 전문화라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법적 분쟁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던 시절에는 법지식과 더불어 건전한 상식과 분별력만으로도 분쟁을 판결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사회의 전문화 복잡화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최근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과 분쟁은 갈수록 상식적인 분별력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전문성을 띠어가고 있다. 법관이 사회 각분야의 전문적 지식에 두루 정통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관 전공제도 도입은 재판의 정확성 공평성 신속성 및 판결에 대한 사건 당사자들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다. 다만 실행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대한 사전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1천5백명 법관을 전국법원에 분산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진료과목처럼 전공분야를 세분할 수도 없고 모든 법관의 희망을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이러다보면 인기 전공과 비인기 전공이 생기고 평생 인기없는 전공분야에 근무해야 하는 법관들의 사기 문제도 대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세 및 노동전문법원의 설립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법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문재판부 확대를 통해 운영의 묘를 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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