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변호사업계의 가격파괴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작년 5백명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1천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시장 규모는 그만큼 커지지 않으니 나누어 가질 파이가 갈수록 작아지는 셈이다. 판검사 경력 없이 사법연수원 졸업 후 바로 개업한 변호사 사무실 중에는 적자를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사건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조 브로커 비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가 전직 경찰을 사무장으로 두고 거액의 알선료를 뿌리며 한 경찰서 전체 사건의 70% 가량을 독식해오다 수사가 시작되자 달아났다. 일부 변호사들은 사무장을 여러명 두어 사건을 물어오게 하고 선임료의 20∼30%를 알선료로 떼어 준다고 한다. 법역(法域)의 울타리는 늘어나지 않고 파이가 한정된 곳에서 수임 경쟁을 벌이다보니 이런 비리가 생긴다 ▼경쟁은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피를 말리는 것이지만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익이다. 따라서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줄여달라는 요구는 전체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과점 형태의 영업에 안주해온 변호사 업계도 이제 보험 은행 운수 통신 유통 문화 오락 등 다른 서비스 분야처럼 무한경쟁시대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머지않아 법률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로펌(법률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변호사 수가 적었던 시절에는 선임료가 비싸 서민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엄두도 못낼 때가 많았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가격 파괴가 일어나야 한다. 사무실과 사무직원을 공동으로 쓰는 등 원가절감 노력을 해야 무한경쟁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 법률 서비스시장에도 시장경제의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법정 변호사에만 머무르지 말고 기업체와 관계에 들어가는 변호사도 늘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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