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전 2루수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졸 3년생 「중고신인」 신국환(25)과 고졸 6년생 박종호(24)의 명암이 엇갈린 하루였다.
신국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종호의 그늘에 가려 벤치는커녕 2군으로 쫓겨났던 무명선수였지만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선 박종호의 방위공백을 틈타 2루 자리를 꿰차며 신인왕 후보에까지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 되자 사정은 바뀌었다. 천보성감독은 박종호가 지난 93∼95년 포스트시즌에서 유격수 유지현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데다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치는 스위치타자라는 점을 감안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선 박종호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이에 따라 신국환은 1차전에선 대타로도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만 달궈야 했다.
그러나 또 한번의 반전이 찾아왔다. LG벤치는 연습타격 때면 총알같은 직선타구를 날려대는 신국환을 2차전부터는 주전 2루수는 아니지만 삼성의 왼손투수에 대비, 지명타자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출전기회를 잡은 신국환은 타격에서만큼은 펄펄 날기 시작했다. 2차전에서 1타수 1안타, 3차전에서 4타수 1안타에 추격 1점홈런을 날린 그는 4차전에선 4타수 2안타로 플레이오프 타율 0.444의 고감도 방망이를 자랑했다.
반면 박종호는 2차전에서 8회 역전의 빌미가 된 결정적인 실책을 한 데 이어 4차전에서도 득점과 연결된 뼈아픈 실책 2개를 했고 4회엔 추격의 맥을 끊는 병살타를 날려 패배의 빌미 제공자가 됐다.
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대구〓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