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자흐 한인3세 전 아폴론씨(55)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내 국적은 카자흐입니다. 그러나 내 몸에 흐르는 것은 한민족의 피입니다』 중앙아시아의 극동 변방 카자흐. 1937년 흙모래와 돌산으로 뒤덮인 갈대밭 황무지에 내버려졌던 한인(고려인)의 후예들. 이역의 척박한 땅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온 그들은 지금도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잊지 않는다. 전 아폴론씨(55). 그는 한인3세 카자흐인이다. 김일성대학 생물학부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7년간 어린시절을 보냈던 그는 이후 이곳 알마티로 되돌아와 레닌 기치(현 고려일보)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다 92년부터 부쩍 늘어난 한국인 관광객, 사업가들의 「손발」과 「입」으로 변신했다. 그는 요즘 태극기를 단 고국의 젊은 축구선수를 보며 벅찬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에게는 한국 대 카자흐 월드컵축구경기가 열리는 11일이 「한풀이의 날」. 『이곳 한인들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국을 목이 터져라 응원할 겁니다』 올해는 한인들이 옛 소련 스탈린정권에 의해 강제추방돼온 지 60년이 되는 해. 전씨도 강원도 정선이 고향으로 이주1세인 할아버지가 60년 전 이곳에 뿌리를 내린 뒤 4대째 살아오고 있다. 부인(전폴리나·52)과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는 그는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고국말을 할줄 아는 마지막 한인세대. 그는 『언젠가 고국을 찾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고히 간직하다 물려주신 족보를 자랑스럽게 들고 가겠다』고 다짐했다.〈알마티〓이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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