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평등교육]파라과이 중학교에선…

  • 입력 1997년 10월 6일 07시 49분


파라과이 아순시온시의 산 이그나시오 로욜라중학교에선 사회과목의 경우 주로 토론식 수업을 한다.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간단히 설명한 뒤 학생들이 사전에 준비해온 토론을 시킴으로써 교육효과를 높인다. 파올라(23·여)교사는 「파라과이에 남녀차별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3학년 수업을 하고 있었다. 파올라는 『파라과이는 과거 역사의 영향으로 남성우위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과제를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과거 로페스대통령은 영토확장의 야망을 품고 1864년부터 6년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인접 3개국과 「3국동맹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특히 남자인구의 90%가 사망, 살아남은 남자가 2만8천여명에 불과했다.인구도 1백30만명에서 22만명으로 줄어들 정도의 참패였다. 전쟁 직후엔 남녀 성비가 1대7 정도로 「남자품귀」현상이 심해 자연히 남자가 우대받는 사회풍토가 생겼다는 것.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학생들이 토론을 시작했다. 솔레다드(14·여)는 『그런 역사적 원인 때문인지 남학생들은 항상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대접만 받으려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남학생들은 『우리 태도가 정말 그러냐』며 웅성거렸다. 한 남학생은 『우리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여자들은 항상 피해의식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반론을 제기, 설전이 벌어졌다. 교사는 『요리 설거지 빨래는 으레 여자 몫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며 『남학생들도 자식을 위해 많은 가사일을 하는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면 이 다음에 아내와 가사를 분담하고 모든 결정에 여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처음에는 여학생들의 주장에 못마땅해 하던 남학생들도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순시온〓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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