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17)

  • 입력 1997년 10월 6일 07시 49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43〉 이윽고 마루프는 두냐 공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공주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방긋 웃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애써 쌀쌀맞은 표정을 지으며 남편을 향해 하얗게 눈을 흘기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저를 놀리셨군요? 저를 떠보실 생각이었지요? 당신은 한푼없는 거지에다 마누라한테서 도망쳐 왔다는 등 온갖 말씀으로 저를 놀리셨지요. 대답해 주세요. 대체 어쩌시자고 그런 거짓말을 하셨는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공주의 모습이 마루프에게는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리하여 마루프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말이요, 그대의 애정이 거짓없는 진실인지 어떤지 시험해보고 싶었소. 그런데 당신은 내가 부자이거나 가난뱅이이거나 조금도 상관하지 않고,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여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소. 당신의 값어치를 알았단 말이요.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마루프가 이렇게 말하자 공주는 여전히 그 뾰로통한 얼굴을 한 채 쪼르르 마루프에게로 달려오더니 마루프의 가슴을 애교스럽게 때리며 말했다. 『뭐요? 저를 시험하려고 했다고요? 아이, 얄미워! 당신을 떠나보내고 제가 당신을 얼마나 걱정했으며,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시기나 하세요? 그런데도 당신은 능글맞게 웃고 계시다니. 이리 오세요.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며 공주는 그녀의 그 작은 주먹으로 계속해서 마루프의 가슴패기를 때렸고, 마루프는 그러한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마루프가 그녀를 껴안은 순간 공주 또한 와락 그의 목을 두팔로 감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렬히 입맞추기 시작했다. 『오, 여보! 나의 모든 재산을 다 준다 해도 당신을 내어줄 수는 없소. 아니, 당신은 내 목숨보다도 소중하오』 마루프는 두 손으로 정성스레 공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그러자 공주는 행복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저도 그래요. 당신은 제 목숨보다도 소중해요. 정말이지 이제 저는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서로 부둥켜안은 채 이렇게 재회의 기쁨을 나누던 두 사람은 마침내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랜 격조 끝에 다시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더없이 뜨겁게 정사를 나누었다. 한편, 질투심으로 눈이 어두워진 대신은 왕을 찾아가 말했다. 『오, 현세의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사위님이 하시는 일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왕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상하다니, 그대는 무슨 트집을 또 잡을 생각인가?』 『트집을 잡으려는 게 아닙니다. 건전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사위님께서는 서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위님이 하시는 일은 상인이 할 짓이 아닙니다. 상인이라는 것은 본래 아마(亞麻) 한 필이라도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팔지 않습니다. 사위님이 정말 상인이라면 어찌 그토록 인심 후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듣고 있던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사실은 사위가 너무 헤프다고 생각은 해』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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