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슈퍼301조 발동 부당하다

  • 입력 1997년 10월 2일 19시 33분


자동차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정부가 종합무역법 슈퍼301조를 발동해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 것은 부당하다. 슈퍼301조 발동으로 한미간 통상마찰이 격화할 우려가 높다. 양국은 정면대결로 통상관계를 위기로 몰고가선 안된다. 미국은 자국이익만 앞세운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한국도 각종 제도를 국제화시대에 맞춰 고치면서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요구에는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으로 당당히 맞서야 한다. 협상의 쟁점인 세제(稅制)개편 요구는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이다. 정부간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미국측이 이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더구나 자동차세 누진체계 완화나 지프에 대한 자동차세 감면 동결 요구는 중앙정부 소관도 아니다. 국회와 지방정부가 할 일을 중앙정부에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현행 8%인 승용차 관세율을 미국 수준인 2.5%로 대폭 낮추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유럽연합(EU)의 관세는 10%이고 호주는 22.5%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상용차관세는 무려 25%나 된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에게만 관세인하를 요구하는 건 무리다. 우리측이 자동차 형식승인 간소화 등 상당부분을 양보했음에도 세제와 관세에 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협상을 결렬시킨 것은 미국측 책임이다. WTO체제 출범 후에도 미국이 슈퍼301조를 무기로 통상압력을 가하는 것은 강대국의 횡포다. WTO협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과 관행을 무시하는 제도임에도 슈퍼301조를 존속시키는 것은 국제적인 공정무역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통상문제를 쌍무협상이 아닌 다자협상의 틀 안에서 해결하자는 WTO정신을 미국은 솔선수범해야 한다. 한국이 PFCP로 지정됐다고 당장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최장 18개월간의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다. 양국은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 무역전쟁으로 번지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제7위의 교역상대국이고 다섯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양국 교역에서 한국은 연간 1백2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이같은 무역역조를 도외시하고 통상압력만 가해선 안된다. 한국시장에서 유럽산 승용차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미국산만 부진한 것을 시장장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는 미국 업계의 시각이 바뀌어야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은 두드리면 열리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이번 기회에 불식시켜야 한다. 무리한 요구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통상외교를 펴기 바란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슈퍼301조를 발동한 데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WTO제소를 추진키로 한 정부 방침은 옳다. 그러나 최선의 방안은 쌍방이 무리한 요구나 주장을 거둬들이고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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