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는 「진흙속에 감춰졌던 진주」들이 반짝인 한 해였다. 적자생존의 비정한 승부 세계에서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뒤늦게 빛을 발한 「늦깎이」들의 잔치가 올해 화려하게 펼쳐진 것.
투수 부문에서는 다승(20승) 방어율(1.88) 승률(0.909) 3관왕인 「슈퍼 미들맨」 김현욱(27·쌍방울)이 단연 압권.
그는 중간 계투요원으로는 경이적인 20승을 올려 최동원(당시 롯데)이 84년 세운 18구원승을 갈아치웠다. 또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의 44경기 무패 기록을 훌쩍 뛰어넘어 53으로 늘려가고 있다.
93년에 데뷔했지만 1승도 올리지 못해 95년 삼성에서 내쫓기듯 쌍방울로 옮겼던 김현욱. 그는 갈고 닦은 컴퓨터 제구력으로 통산 4승 투수의 설움을 날려보냈다.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박지철(14승), 「새가슴」에서 「LG의 보배」로 변신한 최향남(8승), LG의 「특급 허리」 차명석(11승7세)도 「확실히 뜬」 경우다.
타자쪽에서는 삼성의 거포로 큰 신동주 최익성이 대표 주자.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91년에 삼성에 입단한 신동주는 94년에야 겨우 안타를 칠 만큼 타격에는 「둔재」였다. 그는 변화구에 맥을 못 추는 약점과 야구 센스 부족을 2군에서 지독한 연습으로 만회했다.
올해는 타격 4위(0.326), 홈런 10위(21개), 출루율(0.396)과 장타율(0.581)에서 각각 6위를 차지하며 클린업트리오 한 자리를 꿰찼다.
94년 지명구단이 없어 공개 테스트를 받고 삼성에 입단한 최익성도 연습벌레. 1번타자로 22개의 홈런을 날려 이종범(해태) 못지않게 상대 투수를 괴롭혔고 도루 33개로 「20―20」에 이름을 올렸다.
「중고신인」 신국환(LG), LG를 떠나 해태 호랑이굴에서 3번 타자로 붙박은 최훈재, 타격 8위(0.320)의 조원우(쌍방울) 등도 올해 「따뜻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