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넘어 집에 들어와 저녁밥을 달라는 남편은 「간이 큰 남편」시리즈의 앞순위로 꼽힌다고 한다. 그러나 이정도는 중년여성에게나 통하는 애교이고 신세대 여성의 요구는 훨씬 적극적이다. 밤 9시반 이전에 귀가하되 식사는 밖에서 하고 와야 인기있는 남편이라는 것이다. 퇴근후 동료들과 어울려 대폿잔을 기울이면서도 저녁은 집에 가서 먹겠다는 사람을 찾기란 힘든 세상이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밖에서 식사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가정이 많다. 피자나 햄버거를 먹겠다는 자녀와 얼큰한 찌개가 좋은 부모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번갈아 메뉴 선택권을 갖기로 타협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눈치빠른 상인들은 20∼30가지의 다양한 음식코너를 한군데에 마련해 식성대로 고르도록 대형음식점을 차려 인기를 끈다. 패스트푸드나 외식업체인 등 온갖 서양음식점도 다투어 상륙해 성시를 이룬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서울시민은 한달평균 4.7회, 주1회이상 가족동반 외식을 하며 평균 17만7백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부부 가정은 월6회 외식에 19만6백원이나 지출한다. 일본가구의 외식비 지출을 100으로 할 때 우리는 133.5라니 소득차이를 제쳐놓더라도 우리의 외식비지출이 훨씬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식비 비중은 미국3% 일본4%에 비해 우리는 4.9%라는 대한상의의 분석도 있다.
▼외식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맞벌이부부가 늘고 식생활 패턴이 바뀌는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외식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추세다. 그러나 가구소득의 6.5%, 소비지출의 10%를 외식비에 쓴다는 건 지나친 과소비다. 영양보다는 맛을 위주로 한 식사습관과 잦은 외식, 식품의 인스턴트화가 영양불균형을 불러 각종 질병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도 귀담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