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10)

입력 1997-09-29 08:02수정 2009-09-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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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36〉 황금으로 된 곽을 꺼내어 든 마루프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곽 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그는 곽을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그런데 개미가 기어간 자국처럼 갖가지 이름이며 주문이 새겨진 황금 도장반지 하나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이 화려한 수정 궤짝 속에, 이 멋진 황금 곽 속에 들어 있는 것이 고작 낡은 도장반지 하나라니, 마루프는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보았다. 그리고는 반지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기 위하여 무심코 반지를 문질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주인님,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할까요? 분부만 내리시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도성을 세울까요, 도시를 파괴할까요, 임금을 죽일까요, 운하를 팔까요? 그게 아니라면 달리 무엇을 할까요? 무엇이든 주인님께서 바라시는 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깜짝 놀란 마루프가 고개를 들어 보니 그의 앞에는 뜻밖에도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소름이 끼칠 만큼 험상궂은 마신 하나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당신은 대체 누구요?』 마루프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의 이름은 아부 알 사다트입니다. 저는 본래 일흔두 마족(魔族)을 지배하는 왕으로서, 일족(一族)은 각기 칠만이천의 마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신들은 각기 칠만이천의 마귀를, 또 마귀들은 각기 칠만이천의 악마를, 그 악마들은 또한 칠만이천의 악령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저의 부하이니 저의 명령을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저의 세력이 이렇게 막강한 걸 염려하신 스라이만께서는 제가 발복하지 못하도록 이 도장반지에 주문을 새겨 영원히 저를 묶어 버리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반지를 끼고 계시는 분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답니다』 듣고 있던 마루프는 이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에 어리둥절해졌고, 그리고 겁도 나서 말했다. 『그렇지만 이 반지의 진짜 주인이 있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나는 이 반지를 그분께 돌려드릴 수밖에 없다』 그러자 반지의 마왕이 말했다. 『오, 주인님, 이 반지의 처음 주인은 아드의 아들 하지였답니다. 왜냐하면 스라이만께서는 이 반지를 그분께 주셨거든요. 주인님이 서 계시는 이 보고(寶庫)도 실은 그분의 것이랍니다. 저는 그분 생전에 그분을 섬겼지요. 그러나 그분은 이미 천팔백년 전에 돌아가섟燒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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