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심순옥-길은미/쓰레기처리 두얼굴의 현장

  • 입력 1997년 9월 20일 07시 10분


▼ 논산훈련소 면회객 수천명 불구 깨끗 ▼ 얼마전 군에 입대했던 조카가 퇴소식을 한다기에 가족들과 함께 논산훈련소를 다녀왔다. 절제있고도 멋있는 행렬과 우렁찬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모두들 부모와 가족들이 보고 있어서 더 열심히 했을까. 아니면 푸른 제복의 탁월한 군인정신이 몸에 배어서일까. 건장하게 성장한 조카가 자랑스러웠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직전에 지휘관이 한차례 『쓰레기는 다 집으로 가져가셔야 합니다. 담배꽁초 하나라도 있으면 여러분의 자제분들이 치워야 합니다』 하고 정중하게 안내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흐뭇한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짐을 챙기는데 그 넓은 연병장에는 껌종이 한장 담배꽁초 하나도 없었다. 멀리서 보니까 어느 할머니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뛰어가듯 하더니 휴지를 주워오는게 아닌가. 손자가 고생할까 안쓰러워 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수천명은 족히 모여 있었던 자리 치고는 너무나도 깨끗했다. 도무지 무슨 모임이 있었던가 착각이라도 할 정도였다. 심순옥(경기 포천군 내촌면 신팔리) ▼ 초등학교 운동회뒤 남은 음식 수북 ▼ 새학기 들면서 아파트 옆의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함성소리가 귀에 쟁쟁하더니 드디어 가을 운동회날이 밝았다. 하늘엔 만국기가 펄럭이고 아이들은 응원하랴 다음 순서 준비하랴 바쁜 가운데서도 엄마를 찾아 목을 쑥 빼내는 모습들이 너무나 정겨웠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손에 땀을 쥐고 열심히 응원한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된 순간이었다. 즐겁고도 옛추억에 젖을 수 있어 기분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올 때 보니 미끄럼틀 아래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점심시간에 쓰레기는 모두 가지고 가라는 안내방송이 수차례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마음이 씁쓸했다. 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집으로 들고오는 우리 일행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엄마 이거 어디에다 버려』 『저기 미끄럼틀 아래 쓰레기더미 있잖아』 뒤에서 들리는 어느 모자의 대화가 귓전을 쟁쟁 울렸다. 환경교육이 뿌리부터 무너져내리는 소리였다. 길은미(인천 남동구 만수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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