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중섭거리 서귀포에 생긴다…번화가 360m지정

  • 입력 1997년 9월 2일 07시 39분


은박지를 긁어 작품을 만드는 등 평생 소(牛)를 그리다 비참한 최후를 마친 것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이중섭(李仲燮·1916∼56)을 기리는 「이중섭거리」가 제주도에 지정된다. 제주 서귀포시는 매일시장입구 사거리에서 솔동산입구까지 3백60m를 이중섭거리로 지정, 오는 6일 미술관계자와 시민들을 초청해 선포식을 갖는다. 이중섭거리는 그가 한때 살았던 집의 남북 양쪽으로 현재 서귀포시내 최고 번화가. 시는 그가 살았던 서귀동 512의1에 들어섰던 현대식 건물도 헐고 지난 50년대식 초가로 복원했다. 이 초가에 마련된 대향(大鄕·이중섭의 호)전시실에는 이중섭의 작품사본 10점과 가나화랑에서 지원한 원화 5점이 전시된다. 특히 구상(具常)시인이 쓴 추모시가 너비 1.2m 높이 1.8m의 계란형 기념비에 실려 이날 제막된다. 이북 태생인 이중섭은 6.25전쟁을 피해 지난 51년 1월부터 11개월 동안 서귀포 지역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그는 제주 피란시절 「황소」 「서귀포환상」 「물고기와 아이들」 등 30여점을 남겼고 평소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자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화풍을 완벽히 흡수하면서도 향토의 숨결이 깊게 배어 한국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중섭의 체취가 제주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임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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