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8〉
마루프는 사람들을 향하여 소리치듯 말했다.
『실성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오. 나는 다만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카이로에서 가지고 온 빵도 있어요. 자, 보세요. 아직 멀쩡한 새 빵이잖아요. 어제 오후에 카이로에서 산 것이니까요』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어제 오후 비를 피하기 위해 사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빵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빵을 보자 사람들은 크게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루프가 내민 빵은 자기 나라의 빵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구경꾼들은 점점 더 늘어갔다.
『이게 카이로의 빵이라는 거야. 카이로에서 어제 오후에 산 빵이라는 거야. 잘 봐』
이렇게 하여 마루프는 온 거리의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마루프가 카이로나 다른 어느 먼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의상이나 그가 내보인 빵이 이 나라의 그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어제 오후에 카이로를 떠나왔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믿지 못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마루프를 놀려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암탕나귀를 탄 상인 한 사람이 흑인 노예 둘을 거느리고 지나가다가 군중을 헤치고 나왔다.
『여러분! 외국인을 둘러싸고 놀리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상인이 이렇게 꾸짖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의 한마디 말에 사람들이 두말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것으로 보아 필시 그 상인은 이 도성에서도 명망이 높은 사람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자 마침내 상인은 마루프에게 말했다.
『형제여, 이리 오시오. 이제 아무도 당신을 희롱할 사람은 없소. 사람들이 당신을 놀린 걸 두고 너무 슬퍼하진 마시오. 비록 저 사람들이 당신을 놀리긴 했지만 그다지 악의는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랍니다』
이렇게 말한 상인은 마루프를 눈부신 장식을 한 대저택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국왕에게나 어울릴 으리으리한 객실로 안내했다. 겁먹은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마루프에게 주인은 물었다.
『형제여,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오, 주인님, 저는 마루프라 하며 신발수선공입니다』
『어느 나라 분이지요?』
『카이로 태생입니다』
마루프가 이렇게 대답하자 주인은 두어번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물었다.
『카이로 어느 구역이지요?』
주인이 이렇게 묻자 마루프는 되물었다.
『당신은 카이로를 아십니까?』
그러자 주인은 잠시 후 대답했다.
『사실은 나도 카이로 태생이거든요』
『오, 그렇습니까? 저는 카이로의 「붉은 거리」사람입니다』
그러자 주인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붉은 거리」에 지금도 친지들이 살고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붉은 거리」에 사는 친지며 지인들을 열거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