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3〉
마루프는 튀김국수와 빵과 치즈를 받아들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과자장수와 작별했다. 다시 길거리로 나선 마루프는 그 친절한 과자장수를 위하여 하늘을 우러러 축복을 빌었다.
『오, 알라여! 당신의 온전한 모습을 칭송하나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토록 인자하십니까? 당신의 그 자애로움을 다시 한번 내리시어 그 착한 과자장수에게 복을 내려주소서!』
마루프는 전에 없이 행복한 얼굴을 한 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본 그의 마누라가 물었다.
『튀김국수는 사왔소?』
『응』
이렇게 대답하고 남편은 튀김국수를 아내 앞에 내놓았다. 그러나 잠시 동안 물끄러미 튀김국수 접시를 바라보고 있던 아내는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쳤다.
『아니, 이건 조청을 발랐잖아. 꿀 바른 걸로 사오라고 했던 말 못들었어?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왜 조청을 발랐어?』
아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마루프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 조청은 최상급으로 꿀보다 나아. 고관대작들도 튀김국수에 이런 훌륭한 조청을 발라 먹기를 좋아해』
그러나 그의 아내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꿀 바른 걸 사오라고 했으면 꿀 바른 걸 사올 일이지 왜 마음대로 조청 바른 걸 사오고 지랄이야!』
이렇게 되자 마루프는 몹시 난처해하며 말했다.
『이것도 외상으로 사 온 거야』
그러나 이미 소용 없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소리쳤다.
『나는 꿀 바른 게 아니면 튀김국수 따위는 먹지도 않아』
『오, 제발, 맛이라도 한번 보구려. 이건 임금님 식탁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거요』
마루프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아내는 튀김국수를 남편의 얼굴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시끄러, 이 바보야! 당장 나가서 다른 걸 가져와!』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남편의 따귀를 세차게 후려갈겼다. 그바람에 남편은 이빨 한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남편의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려 가슴패기를 적시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소리쳤다.
『니가 인간이냐? 인간이라면 튀김국수에 조청을 발라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꿀 바른 튀김국수를 사오라고 했으면 꿀 바른 걸 사올 일이지 누구 마음대로 조청 바른 걸 사왔어?』
이렇게 되자 그 순하디 순한 남편도 마침내 참지 못하여 아내의 머리를 아주 살짝 밀었다. 그러자 마누라는 남편의 수염을 꺼들어 잡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사람 살류! 여보시오, 이슬람교도 양반들, 여기 사람 죽네!』
이 소리에 놀란 이웃 사람들이 달려왔다. 사람들이 와보니 죽게 생긴 것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니가 부러져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여자의 손아귀에 수염이 틀어잡힌 채 개처럼 끌려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남자의 수염을 여자의 손아귀에서 풀어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