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음란성 「국제폰팅」과 청소년

  • 입력 1997년 8월 19일 19시 51분


▼돈벌이도 참 여러가지다. 먼저 외국의 전화회사를 찾아간다. 당신네 전화요금 수입을 많이 올려줄테니 이익을 나눠 갖자고 제의한다. 그 회사 입장에서는 별로 손해볼 게 없으므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어 전용회선이 개설되고 현지에서 우리말에 능통한 교포 등을 고용해 사무실을 차린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광고를 낸다. 「뭔가 쇼킹하고 짜릿한 걸 원하시죠. 지금 전화주세요」 「아름다운 여인과 생생한 사랑의 대화를」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고객을 유혹한다. ▼마음이 끌린 사람들이 국제전화를 건다. 상대편이 시키는 대로 이 번호 저 번호를 누르다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젊은 여성과 농도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섹시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코너에도 가본다. 물론 대화는 우리말로 진행된다. 이 전화에 빠지다보면 한달 전화요금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해당 전화회사와 사업자는 사전 계약대로 수익금을 일정비율로 분배한다.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는 이같은 「국제 폰팅」 때문에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불해야 할 통화료는 올해에만 3백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 쓸모 없는 음란성 전화에 소중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용자는 대부분 청소년이다. 결국 부모들이 부담하게 될 경제적 손실 말고도 이 전화가 청소년 정서에 안겨줄 해악은 엄청나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최근 음란폰팅의 근절을 정부당국에 건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뾰족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폰팅업체의 전화번호 접속을 국내에서 차단한다고는 하나 업체들이 번호를 바꿔가며 영업할 경우 막연해진다. 따라서 자녀들이 이런 전화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돈만 생긴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왜곡된 사회풍토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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